"1500원대 코 앞"…'고환율'에 우는 유학생·기러기 아빠들

사회

뉴스1,

2025년 11월 26일, 오전 05:50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25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환전소에 환율정보가 표시돼 있다. 2025.11.25/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매시간 환율을 검색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아이 유학 계획을 접어야 할 것 같아요."

달러·원 환율이 1470원대를 넘겨 1480원까지 위협하자 유학생과 유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한숨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2~3년 뒤로 생각한 자녀의 유학 계획을 접어야 할지 고민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유학생들은 앞으로 학비와 생활비가 더욱 걱정이라는 반응이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25일) 달러·원 환율은 1472.40원을 기록했다. 달러·원 환율은 전날까지 3거래일 연속으로 1470원대 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12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되살아나면서 달러 강세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미국 달러 화폐를 사용하는 나라에 거주 중인 유학생, 유학생을 둔 학부모, 주재원 등은 "하루하루가 걱정"이라는 반응이다.

미국 텍사스주에서 유학 중인 김 모 씨(29)는 "미국으로 유학을 온 뒤 환율이 좋았던 적이 없어서 친구들 사이에서는 굳이 얘기를 꺼내지 않지만, 요즘 들어서는 환율이 심상치 않아 친구들 모임에서 환율 얘기가 꼭 나온다"며 "학비도 계속 오르고 있는데 환율도 올라 앞으로 학비, 생활비 등이 더욱 걱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유학 중인 서 모 씨(28)는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용돈으로 생활하고 있는데 환율이 너무 많이 올라 매번 죄송한 마음"이라면서 "최근 비자도 잘 나오지 않아 돌아갔다가 다시 오려면 비자가 나올지 불투명해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내년 석사 학위 과정을 위해 미국으로 떠날 예정인 박 모 씨(31)는 "지금 환율이라면 초기 등록비랑 생활비가 너무 모자라서 안 될 것 같다"며 "이전부터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질 때마다 유학생들 타격이 커서 가서도 걱정"이라고 했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장 모 씨(45)는 "고등학교 조기유학을 보내려고 하는데 환율을 보니 유학을 보내는 게 겁난다"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2~3년 뒤에 보낼 예정인데 환율이 지금처럼 계속 고공행진이라면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미국 워싱턴주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 모 씨(38)는 "원화로 급여를 받을 수밖에 없어 달러로 바꿔서 생활비를 쓰고 있는데 오히려 적은 월급을 받는 느낌"이라며 "물 하나를 살 때도, 장을 볼 때도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원화와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2025.11.25/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미국 등 해외에 가족을 보낸 '기러기 아빠'들의 한숨 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에 가족을 둔 50대의 김 모 씨는 "작년만 해도 1000만 원을 환전하면 7500달러 이상 가족들한테 보낼 수 있었는데, 이제는 7000달러도 못 보낸다"며 "송금을 위해 투잡을 뛰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러기'인 40대의 박 모 씨는 "연말에 가족들을 보러 미국에 가려고 했는데 환율이 이렇게 오르니 굳이 갈 필요가 있나 싶다"면서 "환율이 올라서 안 그래도 넉넉지 못하게 돈을 보내는데 차라리 미국 갈 돈을 가족들한테 더 보내주는 게 낫지 않나 생각된다"고 했다.

고환율 상황이 이어지면서 직구, 구매대행 등을 해온 사람들의 시름도 적지 않다.

직구나 구매대행 등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환율 급등 등을 이유로 "쇼핑몰을 접었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A 씨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쪽 브랜드 제품을 수입해 오고 있었는데 원자재와 물류비 폭등과 함께 최근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매달 손해만 커졌다"며 "광고를 열심히 해서 많이 판다고 하더라도 환율이 올라 높은 금액으로 수입하게 돼 관세나 부가세도 많이 낼 수밖에 없어 결국 손해"라고 밝혔다.

sh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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