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의심' 제3자 녹음법 후폭풍 계속…가해자로 몰려 vs 보호 장치

사회

뉴스1,

2025년 11월 26일, 오전 06:00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과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학대에 취약한 아동·노인·중증장애인을 위한 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장애인 등에 대한 학대가 의심될 경우, 제3자가 대화를 녹음할 수 있게 한 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교원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교사가 근무 시간 내내 감시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장애 학생의 학부모들은 자녀가 본인의 상황을 명확하게 전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이 뚜렷한 만큼, 개정안을 둘러싼 의견대립은 계속될 전망이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아동학대처벌법,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1위 시위에 착수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19일 개정안을 내면서 스스로 학대를 방어할 수 없는 아동의 경우 제3자를 통해 녹음자료가 수집되지 않으면 가해자 처벌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김 의원이 제시한대표적인 관련 사례가 유명 웹툰작가 주호민 씨의 사건이다. 앞서 주 씨는 2023년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의 학대를 의심해 책가방에 녹음기를 몰래 넣어 정황을 파악하고 특수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개정안에 '학대가 의심될 경우'라는 전제가 달려 있으나, 교원단체들은 법이 통과될 경우 교사의 대화가 매시간 녹음돼 수업·상담·지도 과정에서 필요한 교육적 조치들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을 비밀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교육현장에서 겪은 수많은 무고성 신고에 대한 트라우마도 깔려있다. 이미 지난해에만 4234건의 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하는 등 교권 저하가 심각한데,교사에 대한 녹취가 허용된다면녹취록을 기반으로 더 쉽게 학대 가해자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다.

웹툰작가 주호민 씨. /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학부모들은 교사들의 고충을 이해하면서도, 제3자의 녹음이 없다면 장애 학생들을 보호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호소한다. 결국 개정안은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헌법적 권리라는 주장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장애아동 학대는 은폐되기 쉬운 범죄로, 목격자나 주변인의 침묵은 피해의 지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제3자 녹음은) 아동의 인권 보호와 학대 방지를 위한 공익적 행위"라고 개정안을 지지했다.

학대가 의심된다는 단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예컨대 주 씨는 자녀의 배변 실수가 잦아지고 학교 일로 불안해 하는 모습이 보였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처럼가시적인 변화가 전제된 만큼, 학부모들이 녹음을 남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다.

백선영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기획국장은 "가까이 있는 부모들이라면 그런 (이상 징후는) 더욱 잘 포착이 된다"며 법적인 장치가 학대의 재생산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grow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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