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찔려도 감쌌던 아들…반복된 폭행에 등 돌린 부정[사건의재구성]

사회

뉴스1,

2025년 11월 26일, 오전 06:10

인공지능(AI)을 통해 생성한 이미지

아들 A 씨는 10년간 취업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도 어울리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였다. 취업 문제로 함께 살던 60대 부친과 자주 말다툼을 했다.

부친이 "취업하지 않고 놀 거면 나가 살아라"라고 꾸짖자, A 씨는 "내가 나가면 그냥 나갈 것 같냐. 너 죽이고 나간다"라며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2018년 4월 3일 오전 8시 45분쯤, '함께 할머니 산소에 가자'는 부친의 부탁을 A 씨가 거절하면서 또다시 말다툼으로 이어졌다. "그럴 거면 나가 살아"라는 부친의 말에 A 씨의 눈이 뒤집혔다.

욕설을 하며 싱크대에 있던 부엌칼을 집어 든 A 씨는 부친의 복부를 찔렀다. 얼굴을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 부친이 다친 모습을 보자 정신을 차렸지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돼 '존속살해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나가 살아라"라고 외쳤던 아버지였지만 아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부친은 '자신이 아들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어 발생한 일'이라며 아들을 감쌌다. 아들을 용서하고 처벌을 하지 말아달라고 사정했다.

사실 A 씨는 이전에도 아버지를 폭행해 존속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은 전력이 두번이나 있었다. 두 차례 모두 부친이 처벌을 불원해 재판까지 가지 않는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었다.

부친의 처벌불원 의사와 A 씨의 반성하는 모습이 재판부를 움직였다. 재판부는 "패륜적 범죄"라고 지탄하면서도 "피고인이 어느 정도 수감 생활을 마치고 피해자와 함께 화목한 가족생활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며 비교적 낮은 형량인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출소 후에도 A 씨는 아버지와 함께 거주했다. 하지만 '화목한 가족생활'에 대한 기대는 얼마 안 가 깨지게 됐다.

2021년 3월 30일 오후 11시쯤 A 씨는 또다시 부친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얼굴을 때리고 온몸을 짓밟았다. 부친이 '머리를 좀 자르라'고 잔소리를 한 것이 원인이었다.

A 씨는 다시 존속상해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법원은 부친의 상처가 크지는 않았지만 반복되는 폭행과 존속살해미수 혐의로 복역을 하고도 누범 기간 중에 범행한 점에 대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부친은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 A 씨도 아버지에게 사과하며 충동조절장애 등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재활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법원은 또다시 "엄한 처벌보다는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며 5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 마지막 기회도 A 씨는 결국 잡지 못했다. 벌금형 이후 5년 만인 지난 5월 9일 오후 11시 30분 A 씨는 "술을 마시지 말라"고 다그치는 부친에게 또 주먹을 날렸다.

이제는 70대가 된 부친의 얼굴을 때리고 또 몸통을 걷어찼다. 안면부에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좌상과 찰과상이 남았다. 그리고 마음에는 더 큰 상처가 남았다.

지난 7월 존속상해 혐의로 또다시 재판정에 선 A 씨에게 법원은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검찰 측이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고 지난달 14일 수원지법 형사항소3-3부(부장판사 김태환 김은교 조순표)는 징역 1년으로 형을 가중했다.

세번째 재판에서 부친은 처음으로 A 씨를 용서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재차 이 사건 범행에 나아간 점에서 피고인에게 진정으로 개전의 정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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