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정 대변인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산재 관련 대통령 지시 사항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2030년까지 사고사망만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 아래 연간 3명 이상 산재 사망이 발생한 기업에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영업정지·인허가 취소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예방 투자를 외면한 채 반복적으로 사망사고를 내는 기업에는 생존이 어려울 만큼 경제적 부담을 지우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그러나 2분기까지 감소세를 보이던 산재사고 사망자는 오히려 3분기 들어 증가세로 전환됐다. 연도별 추이를 봐도 2022년(1~9월) 510명에서 2023년 459명으로 감소한 뒤 3년 만에 다시 457명(2025년 9월 기준)으로 증가했다.
특히 산업재해의 핵심 취약고리인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 사망자가 10%, 그 중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은 무려 24%나 늘었다.
정부는 “정책 효과는 후행지표여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지만, 단순한 시차 효과만으로는 산재 사망자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이재명 정부가 산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잘못 작동하고 있는지부터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 잘못된 진단이 부른 잘못된 처방
이재명 대통령은 다수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대형 사업장에 주목했지만, 실제 산재 사망사고는 소규모 영세 사업장에서 주로 발생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5년 3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를 보면 전체 사망자의 32.8%가 5인 미만, 24.2%가 5~49인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건설업 사망자 210명 중 절반 이상이 5~49인·5인 미만 사업장에서 숨졌다.
제조업 또한 절반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망했다. 안전관리자 배치 의무조차 없는 이 현장들은 설비도, 교육도, 안전예산도 부족하다. 이들에게 과징금이나 영업정지 같은 처벌은 실효성이 없다. 애초에 감당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고 유형에서도 드러난다. 추락(43.5%), 물체에 맞음(12.3%), 부딪힘(9.8%), 끼임(8.1%) 등 대부분이 기초 안전 설비만 제대로 갖춰도 막을 수 있는 ‘재래형 사고’다. 건설업의 경우 추락사망자가 전체의 64.8%(136명)에 달했다. 난간, 발판, 안전대, 개구부 덮개 같은 기본 설비만 갖춰도 대폭 줄일 수 있는 사고다.
산업현장은 고령·이주노동자 비중이 높아지고,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더 복잡해졌다. 장시간 노동과 인력 부족으로 위험도가 과거보다 더 커진 점도 고려해야 한다. 산재 증가의 원인은 다층적이지만, 정부 산재 대책은 여전히 ‘대기업 중심 처벌 강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사후약방문 아닌 사전예방이 산재 감축 첫걸음
중국 전국시대, 위나라 왕은 천하에 이름난 명의 편작을 불러 물었다.
“그대에게는 의술을 배운 형이 둘 있다 했는데 어찌 명성은 그대에게만 집중되는가 그대의 의술이 가장 뛰어나서인가?”
편작은 형제 중 가장 뛰어난 의술을 지닌 이는 큰형이라고 했다.
“큰형은 병이 모습을 보이기도 전에 이미 그 기미를 알아냅니다. 환자 본인도 느끼지 못한 작은 문제를 찾아 바로잡지요. 환자는 치료를 받은지조차 모른 채 살아갑니다. 그러니 큰형의 의술을 사람들에게 알 리 없지요.”
편작은 이어서 둘째 형 이야기도 덧붙였다.
“둘째 형은 병세가 막 드러나기 시작했을 때 다스립니다. 작은 통증 정도만 있을 때 치료하니, 사람들은 그가 ‘작은 병만 고치는 의사’라고 생각합니다.”
편작은 위나라 왕에게 스스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저는 병이 깊어지고 위급해져야 비로소 나섭니다. 침을 놓고, 약을 쓰고, 때로는 생사를 걸고 수술을 합니다. 환자는 죽을 고비에서 살아나니 저를 명의라 칭송하는 거지요.”
산재 대책도 마찬가지다.
산재 대책도 다르지 않다.
사고 이후 조사·처벌·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식은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산재 감축의 핵심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예방’이다.
안전관리자를 둘 수 없는 소규모 사업장에는 국가가 안전인력과 설비 지원을 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기업 원청은 하청업체에 안전장구·안전교육·작업 표준 절차 등을 제공하고,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지역 산업 구조를 감안해 맞춤형 감독과 점검을 맡는 식의 분업도 필요하다.
고령·이주노동자 증가에 따른 언어·신체능력 맞춤형 안전교육도 병행해야 한다.
산재 사고 김축은 소규모 사업장의 허술한 안전 난간 하나를 제대로 세우는 일에서 시작된다. 산재와의 전쟁 승패는 처벌이 아닌 예방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