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웅래 전 의원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위반 등에 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노 전 의원은 2020년 2월부터 12월까지 각종 사업 편의 제공과 공무원 인허가 및 인사 알선, 선거비용 명목 등으로 사업가 박모 씨로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6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핵심 증거인 박씨 배우자 조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압수수색 과정에서 전자정보가 혼재된 상태에서 존재하던 이 사건 전자정보를 확인했고 더 이상 탐색을 중단하지 않고 이 사건 정보에 대해서도 상당 정도 선별을 계속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강하게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자정보 선별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한 경우 더 이상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별도 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받아야 한다는 법리는 이 사건 수사 당시에도 확립돼 있었다”며 “영장주의 위반으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은 형사소송법, 헌법상 적법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위반 정도가 가볍지 않다”며 “절차 위반으로 인해 피고인들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호하는 참여권 등 권리가 본질적으로 침해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 중 위법수집증거이거나 2차 증거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도 피고인에 대한 각 공소사실을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할 만큼 증명 가능하다거나 증명력이 높다고 볼 이유가 없다”며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박 씨는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받았다. 박 씨는 공공기관 인사 등 각종 청탁 대가와 21대 총선 선거비용 명목으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10억원 상당을 건넨 인물이기도 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민주당 서울 서초갑 지역위원회 지역위원, 사무부총장 등 고위 당직자이자 21대 선거 서초갑 민주당 후보 출마를 준비 중이거나 입후보해 선거를 준비 중이던 이정근에게 정치자금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합계 3억3000만원의 거액을 주고, 강래구에 대한 수력발전 설비 납품을 청탁하며 현금 300만원을 교부해 뇌물을 공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각 범행은 정치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정치자금 관련 부정을 방지하는 입법 취지를 훼손한 것으로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정치 불신을 가중시켰다”며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월 노 전 의원에게 징역 4년, 벌금 2억원, 추징금 50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이날 노 전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심장을 칼날로 후비는 고통, 법대로 바로잡는 데 1104일 걸렸다”며 “윤석열 정부 정치검찰이 야당 정치인을 탄압하기 위해 기획한 노골적인 표적. 조작 수사 사건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고 오늘의 판결은 정치검찰에 대한 사법 정의의 승리”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검찰은 돈을 줬다고 하는 사람은 기소도 입건도 하지 않았고 수사 검사는 직접 기소할 권한이 없음에도 불법 기소를 강행했고 다른 사건의 증거를 적법 절차 없이 제 사건의 증거로 위법하게 꿰맞추는 등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했다”며 “정치검찰의 공권력을 빙자한 부당한 수사와 자의적 기소로 더 이상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이 법무부 장관 재임 당시인 2022년 12월 노 전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서 설명하는 과정에서 “돈봉투 부스럭 거리는 소리”라거나 “돈을 주고 받는 현장이 이렇게까지 생생하게 녹음된 사건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