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장인 줄 알고 눌렀더니"…120억 털어간 스미싱 조직 `덜미`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26일, 오후 07:23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부고장·청첩장·교통법규 위반 안내 등으로 위장한 ‘스미싱’(문자메시지와 피싱의 합성어) 범죄를 통해 수백억 원대 사기를 친 국내 최대 규모 스미싱 조직이 붙잡혔다. 이들은 악성 앱 설치 링크를 포함한 문자를 보내 피해자 명의의 유심을 부정 개통하거나 본인인증 정보를 빼낸 뒤 금융계좌와 가상자산 거래소에 침입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1000명, 피해액은 약 120억원에 달한다.

중국 종책 A씨(38)가 이끌던 스미싱 조직이 피해자들에게 발송한 문자. (자료 제공=서울경찰청)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중국인 총책 A씨(38) 등 13명을 검거해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링크가 포함된 스미싱 문자를 보내 접속을 유도했다. 문자는 ‘차량 주차장 미납 과태료 고지’,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 위반 과태료’, ‘저희 아버님께서 별세하셨습니다. 빈소 주소’, ‘○월 ○일 자녀 결혼식 참석 안내’ 등 교통법규 위반이나 청첩장·부고장 안내를 사칭하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피해자가 링크를 통해 악성앱을 설치하면 휴대전화 권한을 이용해 개인·금융정보를 수집한 뒤 피해자 명의로 휴대폰을 몰래 개통했다. 이 과정에서 보안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알뜰폰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것으로 조사됐다. 확보한 정보로 금융계좌와 가상자산 거래소 계정에도 침입해 모바일뱅킹 앱과 거래소 계정에서 위조 신분증을 만들어 자산을 빼냈다. 이렇게 조직이 피해자 1000명으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약 120억원이다. 경찰은 스미싱 범죄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경찰 분석 결과 계좌 탈취 스미싱 피해자의 80~90%는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다. 구체적으로 50대가 39%로 가장 많았고, 60대 32%, 40대 15%, 70대 이상 11%, 30대 이하는 3%였다. 휴대폰 무단 개통 피해 역시 60대가 36%로 가장 많았고, 50대 34%, 70대 이상 16%, 40대 12%, 30대 이하 2%였다. 경찰은 “디지털 기기 보안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이 주로 피해를 입은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찰은 통상 해외에서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해 소액을 털어가던 스미싱 범죄가 국내에 조직을 두고 모바일뱅킹 앱에 직접 침입해 거액을 털어가는 수법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총책 A씨는 스미싱 범행을 위해 중국에서 국내로 파견된 인물로, 입국 직후 중국 지인들과 함께 1년 7개월간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통신사 2곳, 금융기관 2곳에 본인인증 체계 제도적 취약점을 발견, 취약점·범행 수법 등을 공유하고 본인인증 체계를 개선할 것을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식 앱스토어를 통한 검증된 앱만 설치하고 지인 청첩장·부고장 등 문자메시지에 포함된 링크는 절대 클릭하지 말고 전화를 통해 먼저 확인하는 등 경각심을 갖고 일상에서 보안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아직 검거되지 않은 중국인 총책 B(34)씨와 C(42)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고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신속히 체포할 수 있도록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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