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원규제 50년…'주민 ¼전과자' 조안면의 눈물 닦아 줄수 있을까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26일, 오후 07:21

[남양주=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우리 부모 세대는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전과자가 됐고 그 자식들은 또 그들의 자식과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전과자가 돼야만 했던 현실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김기준(42)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통합협의회장이 팔당상수원보호구역 규제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조안면의 조안리와 능내리, 진중리, 송촌리, 시우리 등 지역은 지난 1975년 팔당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이곳에서는 생계가 걸려 있더라도 허가되지 않은 모든 행위가 불법으로 간주됐다.

결국 이곳에 사는 4000여명 주민 중 4분의 1을 차지하는 약 1000명은 상수원보호구역 내 불법행위에 의한 전과자로 전락했다. 주민들은 상수원보호구역 규제의 불합리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20년 10월 헌법소원을 냈고 그렇게 5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렸다. 헌법재판소는 남양주시 조안면 주민들이 낸 헌법소원에 대해 오는 27일 선고하기로 했다.

남양주시 조안면 주민들이 지난 2020년 10월 팔당상수원보호구역 규제의 불합리한 상황을 주장하면 헌법소원을 제출했다.(사진=남양주시)
헌재의 이번 결정은 우리나라 환경 보존 규제 체계의 기틀을 뒤흔드는 판결이 되는 만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남양주시는 조안면 일대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될 당시와 현재의 수질 관리 기술은 천지 차이인 만큼 규제의 현실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에 따르면 현재 조안면에 있는 9개 하수처리시설을 통해 한강으로 배출되는 방류수는 한강 물보다 더 깨끗하다. 실제 최근에는 그대로 음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는 판정도 받기도 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곳에서 나오는 배출수는 신규 하수관로 공사가 마무리된 이후 상수원보호구역 외 수역으로 들어가고 있는 점이다. 조안면에서는 팔당상수원보호구역으로 들어가는 오염원이 없는 셈이다.

팔당상수원보호구역(보라색 선 안쪽)으로 지정된 조안면 일대.(그래픽=남양주시)
수질 정화 기술이 극도로 발달한 지금에 이르러서도 조안면 일대에 펼쳐진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는 상상을 초월한다. 일반음식점·숙박업·카페 등의 신축은 당연히 금지되고 기존 주택의 용도 변경 역시 불가하다. 또 사실상의 주택 신축 역시 어렵다. 성토·절토·매립의 제한은 물론 토지형 태양광 발전 설비 역시 설치할 수 없다.

이곳은 ‘허용된 것만 가능. 나머지는 전부 금지’라는 열거주의 규제가 적용되는 국내 몇 안 되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조안면 상수원보호구역 안에는 그 흔한 식당은 물론 약국도 찾아볼 수 없다.

수도권 2500만명의 안전한 식수 공급을 위해 남양주시 조안면 주민 4000여명이 50년 동안 피해를 감내하고 있는 것.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은 북한강을 사이에 두고 조안면과 마주보는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일대는 상수원보호구역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안면의 상수원보호구역 안에서는 민가 외에 경제활동이 가능한 그 어떤 건물과 행위를 찾아보기 어려운데 강 건너 맞은편 양수리에는 고층 아파트는 물론 대규모 식당과 카페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상수원보호구역 내 조안면 주민들은 짜장면 한그릇을 먹기 위해 강 건너 양수리까지 가야하는 형편이다.

북한강 한가운데 배 위에서 바라본 남양주시 조안면(왼쪽)과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의 모습.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조안면은 자연 그대로 보존돼 있지만 양수리에는 고층아파트 등 번화가가 형성돼 있다.(사진=정재훈기자)
헌법재판소 선고기일이 27일로 확정되면서 주민들은 물론 남양주시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선고 결과에 따라 정부 및 팔당수계 지자체와 협력해 주민 생업 정상화와 재산권 회복, 합리적 규제 체계 마련을 위한 실질적 후속 조치를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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