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에 부는 ‘삼성·SK하닉 효과’…최상위권 선택은 반도체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26일, 오후 06:27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2026학년도 정시에서 이공계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전공 선택이 뚜렷하게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최상위권의 선택지로 꼽히던 컴퓨터·소프트웨어(SW) 계열보다 반도체학과에 대한 선호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전망 변화가 대학 입시에서 즉각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아트홀에서 열린 2026학년도 대입 정시 지원전략 설명회를 찾은 학부모들이 진학사의 대입 정시 합격전략가이드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입시업체 진학사는 26일 수험생의 관심도를 보여줄 수 있는 지표인 2026학년도 정시 모의지원 결과를 공개했다. 결과에 따르면 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연세대·한양대 등 5개 대학이 운영하는 반도체공학(계약학과)의 모집 인원은 지난해 73명에서 올해 70명으로 3명 줄었지만, 모의지원 건수는 1646건에서 2482건으로 50.8% 급증했다.

모의지원 건수를 모집 인원으로 나눈 경쟁률 역시 22.55대 1에서 35.46대 1로 57.3% 증가했다. 이는 자연계 전체 모의지원 증가율(33.0%)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상위권 학생들의 선호가 반도체 분야로 강하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컴퓨터·SW 계열(계약학과 제외)에 대한 관심은 줄어든 모습이다. 5개 대학의 컴퓨터·SW 계열 모의지원 건수는 전년도 1899건에서 2026학년도 1508건으로 20.6% 감소했다. 모집 인원은 212명에서 222명으로 소폭 증가했음에도 자연계 전체 모의지원이 35% 이상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관심 하락 폭은 더 크다는 평가다.

진학사는 이를 두고 “최근 IT 업계의 채용 축소, 그리고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 확산으로 개발 직무 수요가 재편되는 상황이 수험생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수시모집에서도 반도체 계약학과 경쟁률이 컴퓨터·SW 계열보다 높게 나타난 바 있으며, 정시에서는 이 흐름이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분야의 경쟁률이 올해 더 가파르게 상승한 배경에는 정부·기업의 대규모 반도체 인재양성 투자, 반도체 산업의 국가 전략산업 위상 강화, 글로벌 공급망 경쟁 속 한국 기업의 존재감 확대 등이 꼽힌다. 반면 컴퓨터·SW 계열은 AI 도입 가속으로 직무의 성격과 요구 역량이 급격히 변하고 있어 수험생 입장에서 불확실성을 더 크게 체감할 수 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이번 모의지원 결과는 이공계 최상위권 학과의 선호 방향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반도체 계약학과의 상승은 산업 전망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이고, 컴퓨터·SW 계열의 하락은 기술 변화 속에서 미래 직업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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