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면 동기 6명이 저승서 다 만난다"…친구 곁으로 간 故 이순재

사회

뉴스1,

2025년 11월 27일, 오전 09:36

국민배우 이순재가 91세를 일기로 별세한 가운데, 과거 고인의 발언이 재조명받고 있다. 출처=유퀴즈온더블록

현역 최고령 배우로 활동해 온 이순재가 후배 배우들과 제자들의 눈물 속에 27일 마지막 길을 떠났다. 오랜 시간 연극·방송계를 지켜온 고인은 최근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한 그는 1964년 TBC 개국과 함께 전속 1기 배우로 활동했다. 당시 이순재, 이낙훈, 김동훈, 김성옥, 김순철, 오현경까지 여섯 명이 TBC 1기 멤버였고, 이들은 국내 최초 동인제 극단인 실험극장을 창단하며 한국 연극계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이 인연은 생전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고(故) 오현경 발인식에서 그는 "우리 여섯 중 남은 건 나 하나뿐이다. 내가 가면 6명이 저승에서 다 만날 수 있다. 다 같이 만나세"라고 말하며 고인을 떠나보냈다. 이후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도 "사람의 생사는 장담할 수 없다.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담담히 말하기도 했다.

국민배우 이순재가 91세를 일기로 별세한 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서 열린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이순재는 지난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중단하고 건강 악화로 재활 치료를 받던 중 사망 소식을 전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2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연기에 대한 그의 자세는 끝까지 진행형이었다. 고령에도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그는 "배우에게 기억력은 자존심이다. 대사를 틀리면 동료에게 피해를 준다"고 강조했다. "연기는 쉬운 게 아니다. 지금도 어떤 장면을 두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한다"며 끝없는 도전을 말하기도 했다.

고인의 필모그래피는 약 140편에 이른다.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동의보감', '허준', '엄마가 뿔났다' 등 굵직한 작품에서 존재감을 남겼고,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의 유머러스한 연기는 세대 불문 큰 사랑을 받았다.

최근까지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KBS2 드라마 '개소리' 등에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갔고,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는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가 됐다. 25일 '유퀴즈' 제작진 역시 "평생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선생님"이라며 그를 애도했다.

"가장 행복한 죽음은 무대에서 쓰러지는 것"이라고 말했던 이순재. 긴 세월 함께했던 다섯 친구가 있는 곳에서 이제는 편히 쉬게 됐다.

국민배우 이순재가 91세를 일기로 별세한 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동료 연예인들이 애도하고 있다. 이순재는 지난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중단하고 건강 악화로 재활 치료를 받던 중 사망 소식을 전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2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잊지 않겠습니다"…후배들 오열 속 故 이순재 영면
27일 새벽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영결식과 발인이 엄수됐다. 장지는 경기 이천 에덴낙원에 마련됐다.

이날 정보석이 사회를 맡았고 김영철과 하지원이 추모사를 전했다. 김나운·박상원·유동근·정준호 등 많은 배우가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켰으며, 관이 입장할 때 제자들과 후배들의 울음이 이어졌다.

영정 앞에는 금관문화훈장이 놓였고, 하지원은 "선생님의 목소리가 다시 들릴 것 같다"고 했으며 김영철은 "지우고 싶은 하루"라며 슬픔을 전했다. 후배들은 끝까지 허리를 숙여 예를 다하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고인은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나 1956년 데뷔 후 연극·영화·드라마를 오가며 활동했고 '하이킥' 시리즈와 '꽃보다 할배'로 세대 간 사랑을 받았다. 1992년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khj8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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