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복지부가 단계적 증원을 꾸준히 강조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지난 2022년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결정을 한데 대해 반대하면서도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 생각해 내부적으로는 일정 수준의 증원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규모는 350~500명 수준이었으며, 합의 가능성이 있었다.
복지부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 윤 전 대통령에게 2025년부터 2030년까지 500명을 증원하는 방안을 보고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그 정도로는 불충분하고, 한 1000명 이상은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돌려보냈다. 복지부는 이후부터 사실상 독자적으로 증원 규모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의료계와는 논의가 단절됐다.
대통령실은 증원 규모를 키우는 데 적극적이었다. 조규홍 전 복지부 장관의 진술에 의하면 사회수석비서관은 ‘대통령에게 1000명 정도로 보고하면 혼날 수 있으니 다시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자료=감사원)
그래도 대통령실의 반응은 차갑기만 했다. 원하는 숫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복지부 장관을 따로 만나 “증원 첫해(2025학년도)부터 연 2000명을 일괄 증원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운명의 2023년 12월 27일, 결국 복지부는 대통령에게 ‘의사인력 확충방안’을 두 가지 안으로 나눠 보고했다. 900명부터 단계적으로 2000명까지 증원하는 1안과 20205년부터 일괄 2000명을 증원하는 2안이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증원 규모와 관계없이 어차피 의사단체의 반발은 있을 것’이라며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윤 전 대통령은 말로는 다시 검토하라고 복지부를 계속 돌려보냈지만, 내심 2000명에 꽂혀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대통령은 ‘의사인력 확충방안’ 보고 이후 2024년 1월 대통령 주재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그래서 복지부는 2000명으로 가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사회수석비서관이 “복지부도 2000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답변하고, 이에 별다른 지시나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미 대통령실이 답을 정한 상황에서 복지부가 내놓을 수 있는 더 이상의 카드는 없었다. 복지부는 대통령·대통령비서실 간 ‘2000명 일괄 증원안’에 대해 어느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판단해 일괄 2000명 증원안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올렸다. 의료계가 발칵 뒤집힌 의료 대란의 시작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