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법농단’의 최상위 실행자로 지목돼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 전 차장은 2012년 8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근무하며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2018년 11월 기소됐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등 일선 재판에 개입하고 법원 내 학술모임을 부당하게 축소하려 한 혐의 등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약 3년간 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하며 대외업무, 예산편성 업무를 했다”며 “사법부 정책 목표가 시급하고 절박한 데만 몰입한 나머지 원칙과 기준을 위배해 직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법관들이 다른 국가권력이나 내외부 세력 간섭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공정한 재판 보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다해야 하는 본분을 망각하고, 정치적 중립성과 사법부 신뢰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법부가 어렵게 쌓은 신뢰를 훼손하고 법원 구성원에게 실망과 충격을 안긴데 무한한 책임감 느낀다고 토로했고, 500일 넘게 구금되기도 했다”며 “피고인에게 유리·불리한 사정과 범행 동기, 수단, 결과, 범행 정황 등 양형 조건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1심은 앞서 지난해 2월 임 전 차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관련 사건 및 홍일표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등 특정 국회의원 사건의 검토를 심의관에게 지시한 것과 현금성 경비를 지원하기 위해 공보관실 예산을 불법으로 편성해 다른 용도로 유용했다는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검토 지시는 사법부 독립뿐 아니라 정치적 중립성,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해할 수 있는 중대 범죄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질타했다. 다만 강제징용 재판 및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 개입,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로 법관 인사에 부당한 영향을 끼친 혐의 등 대부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임 전 차장 측과 검찰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임 전 차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7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임 전 차장은 지난 9월 항소심 최후 진술에서 “결과적으로 사법부에 절망적 위기 상황을 초래했다”며 “사법부가 심한 내홍을 겪고 사법 개혁이 여전히 표류하는 현 상황에 대해 진정 어린 자기반성을 하며 사죄를 구한다”고 했다.
한편 임 전 차장과 마찬가지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의 2심 선고 기일은 내년 1월 30일 오후 2시로 연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