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에서 '책임 다한 행동'으로…총경회의 3년만에 재평가(종합)

사회

뉴스1,

2025년 11월 27일, 오후 06:03

류삼영 전 총경(더불어민주당 동작구을 지역위원장)이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연구원에서 열린 전국 총경회의 전시대 제막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총경회의는 경찰의 중립성과 민주성 수호에 대한 경찰 조직 전체의 절박한 인식이자 국민 안전이라는 경찰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의지의 표출이었다." 27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최규식홀 로비에 '총경회의 개최 배경 및 의의'를 적어 놓은 설명문의 문구는 시대의 변화를 실감하게 했다. 윤석열 정부와 경찰 지휘부가 '쿠데타·항명'으로 규정했던 행위가 3년 만에 '정의로운 저항'이 됐다.

경찰청은 이날 경찰인재개발원 최규식홀에서 '경찰의 중립성 확보 및 민주적 통제'를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열고 세미나에 맞춰 최규식홀 로비에 '전국 총경회의 전시대'를 설치했다.

전시대에는 당시 회의 사진과 회의록 보도자료 등이 게시됐다. 특히 총경회의 참석자 55명과 지지 의사를 밝혔던 동료 등 총 364명의 이름을 개별 명판에 새겨 경찰의 상징인 무궁화 모양으로 형상화한 조형물이 공개됐다. 조형물 위에는 '경찰의 민주성 중립성 확보를 위한 역사적 걸음'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이날 세미나는 지난 8월 행정안전부 소속 경찰국이 폐지된 이후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민주적 통제를 재정립하기 위한 방향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특히 이번 행사는 2022년 7월 경찰국 설치에 반대하며 열린 '전국 경찰서장회의'(총경회의)에 참석했던 총경들의 명예회복 성격이 짙었다.

일단 행사 장소인 최규식홀은 2022년 7월 23일 류삼영 전 총경 주도로 전국 총경 55명이 모여 총경회의를 열었던 그 장소다.

3년 전 현장에 모인 이들은 '경찰국 설치는 역사적 퇴행'이라며 집단 반발했다. 이에 당시 경찰 지휘부는 회의를 주도한 류 전 총경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참석자들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경찰국 설치를 주도했던 당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총경회의에 대해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후 다수 참석자가 한 단계 아래 계급인 경정급 보직으로 좌천되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겪었다. 회의를 주도한 류 전 총경은 정직 3개월 처분을 받고 좌천 발령되자 의원면직으로 퇴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권 교체와 함께 경찰국이 폐지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경찰청은 이날 세미나를 통해 총경회의의 성격을 항명이 아닌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역사적 행동'으로 재규정했다.

이날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경찰청 차장)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민주성은 경찰이 오랜 역사 속에서 지켜온 핵심 원칙"이라며 "총경회의는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한 역사적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3년 전 총경회의에 참석했던 정혜심 태안경찰서장은 당시 회의에 대해 "경찰국의 방법은 잘못됐고 다른 민주적 통제 방안이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가 신뢰받기 위해서 그런 것들을 논의했던 자리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 서장은 "쿠데타로 몰면서 선배들이 너무 불이익을 많이 봤다. 저희 후배들이야 참고 견디면 이런 날도 오지만 이런 것 보지 못 하고 퇴직한 분들이 너무 안타깝다"며 울먹였다.

경찰청은 27일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최규식홀에서 ‘경찰의 중립성 확보 및 민주적 통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학술세미나 시작 전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27/뉴스1

총경회의를 주도했었던 류삼영 전 총경은 "우리가 옳다고 생각했고 직을 걸고 목숨을 걸고 했는데 3년이 지나는 과정에서 입증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류 전 총경은 총경회의 참석을 이유로 인사적 불이익을 받았던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며 경찰서장회의(총경회의)가 제도화돼 경찰의 중립성을 지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세미나는 △경찰국 설치 경과와 운영 평가 △경찰의 중립성·민주성 확보 방안 등 2개 분과로 나뉘어 진행됐다. 박병욱 제주대 교수와 최종술 동의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으며 당시 총경회의 참석자였던 채경덕·이화섭 총경이 토론자로 나섰다.

박 교수는 경찰국 설치로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 주요 정책에 직접 관여하게 한 것은 경찰법에서 보장한 국가경찰위원회(국경위) 심의·의결 권한을 무력화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교수는 경찰의 중립성과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경위를 실질화하고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자치경찰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최 교수는 경찰청장 직위를 장관급으로 격상해 독립성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시민들이 정책 수립 등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화섭 총경은 경찰이 검찰의 과오를 보고 반면교사할 필요가 있다며 "검찰은 행정부 소속 기관임에도 준사법기관임을 자처했고 시민과 공동체 위에 군림하려고 하였다"고 밝혔다.

이 총경은 "경찰이 새겨야 할 가장 핵심적인 교훈은 국민과 공동체의 심판자가 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시민만을 바라보며 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전했다.

경찰청은 이번 세미나에서 제기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향후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정책적 개선 작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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