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공천 청탁' 의혹의 핵심 인물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공동취재) 2025.9.1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한 이우환 화백의 그림 구매를 중개한 사업가가 재판에 나와 김 전 검사로부터 김 여사가 그림 선물을 받고 엄청 좋아했다는 걸 들었다고 증언했다.
반면 김 전 검사 측은 이 사업가가 김 전 검사에게 그림을 직접 전달하지 않았는데도, 직접 전달한 것처럼 특검에서 구체적으로 허위 진술한 점을 근거로 증언의 신뢰성을 문제 삼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현복)는 27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검사의 공판에서 김 검사로부터 그림 구매를 부탁받은 중개업자 강 모 씨를 증인신문했다.
그림 중개업자 "21그램 측에 김 여사 취향 물어봐달라 부탁"
강 씨는 김 전 검사가 김 여사에게 줄 그림 선물을 부탁하면서,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의 사무실 설계와 시공을 담당했었던 '21그램'의 김 모 실장에게 김 여사 취향을 물어봐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강 씨는 그림을 구매하면서 판매를 중개한 이 모 씨와 "이 그림이 용산에 걸리는 거 아니냐"며 농담처럼 이야기를 한 사실도 있다고 말했다.
강 씨는 김 전 검사가 자신과 통화에서 김 여사가 그림 선물을 받고 엄청 좋아하셨다고 했다고 말했다. 강 씨는 "김상민의 그 특유의 사투리 억양이 머릿속에 기억이 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전 검사가 직접적으로 김건희라는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고 '여사'라고만 했는데 자신은 그 표현이 당연히 김건희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했다.
강 씨는 또 지난 7월 김건희 특검이 압수수색을 통해 김 여사 오빠 김진우 씨의 장모 주거지에서 그림을 발견한 직후 김 전 검사로부터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김 전 검사는 강 씨에게 만약 특검에서 조사받게 될 경우 어떻게 대답할지를 알려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 구매자가 김 전 검사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뒤에 있다는 뉘앙스로 '송파 김 사장' 등을 거론하며 이 사람들이 산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해달라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또 김 전 검사가 휴대전화를 아이폰으로 바꾼 뒤 비밀번호도 10자리 이상으로 해두고, 자신과 관련된 문자 메시지를 지우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강 씨는 실제 지난 8월 아이폰으로 휴대전화 기종을 바꾸고, 기존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초기화했다.
강 씨는 김 전 검사가 구매한 이 화백의 그림이 센터 보증서가 있기 때문에 진품으로 생각한다고도 했다.
金 "그림 직접 전달 안 해놓고 특검서 허위 진술" 증언 신뢰성 공격
김 전 검사 변호인은 강 씨의 특검에서 진술이 허위로 드러난 점을 언급하며 강 씨 증언의 신뢰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강 씨가 특검 조사에서는 그림을 보증서와 함께 포장해 김 전 검사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했으나, 실제로는 직원을 통해 전달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강 씨는 "그렇게 머릿속에서 생각이 들어 (특검에서 진술한 것)"이라며 "직원에게 시켰다고 아예 생각을 못 했다"고 했다.
그러자 재판장인 이 부장판사가 "증인은 기억이 명확하지 않은 내용을 누가 물으면 머릿속으로 이야기가 막 상상이 되고, 그걸 사실처럼 이야기하는 습관을 갖고 있냐"고 지적했다.
강 씨는 "그렇지 않다"며 "이런 상황이 살면서 많지 않기 때문에 기억을 끄집어내려고 하다 보니 (그런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이 부장판사는 "끄집어내려고 노력했는데 실제 증인이 하지도 않고 경험하지도 않은 내용이 끄집어내졌지 않냐"며 "결과적으로 상상 속에 있는, 만들어진 이야기를 진술한 게 돼버리지 않았느냐"고 했다.
변호인도 이 같은 강 씨의 허위 진술을 토대로 김 전 검사로부터 여사가 선물을 받고 엄청 좋아했다는 증언도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도 이 같은 증언도 앞서 한 허위 진술처럼 특검의 진술 요구에 엉겁결에 허위로 진술한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강 씨는 "(허위 진술을 한 부분은)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맞구나' 생각해 진술한 것이고, 이 부분은 다시 확인하고 그랬다고 (생각해) 머릿속에 있었다"고 했다.
재판부가 무엇을 다시 확인했냐고 묻자, 강 씨는 전화 통화 녹음을 다시 들어봤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휴대전화는 폐기해 현재는 녹음파일이 없다고 했다.
앞서 김 전 검사에게 이 화백 그림 판매를 중개한 이 씨는 증인으로 나와 2023년 1월께 강 씨로부터 '김상민 검사가 그림을 사려하니 1억 원 정도 수준에서 좋은 그림으로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했다.
이 씨는 "(강 씨가) 초기에는 친구 검사님이 그림을 산다고 했고, 중개하는 과정에서 '높은 분이 찾으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강 씨로부터 그 높은 분이 김 여사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 씨는 "매매 당시 강 씨로부터 김건희 여사, 취향 높은 분에게 전달된다는 말을 들었냐"는 특검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또 그림 구매자가 김 전 검사로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앞서 김 전 검사 측은 김 여사의 오빠 김진우 씨에게 미술품 중개상으로부터 그림을 살 수 있도록 중개해 준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씨는 이 화백의 그림이 감정결과 진품으로 판정됐고, 만약 가품이었다면 1억4000만 원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씨는 특검 조사에서 "한국미술품 감정 평가에 정 모 선생님이 이 화백과 친분이 있고, (다른 중개업자) 인 모 씨도, 저도 이 화백 그림을 많이 거래했는데 가짜라면 이 금액을 안 받는다"고 했다.
김 전 검사 측은 그림이 위작이므로 가액을 1억4000만 원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고, 실질 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하면 100만 원 미만이라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었다.
김 전 검사는 2023년 2월 김 여사에게 1억4000만 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건네며 공직 인사와 총선 공천 등을 청탁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총선 출마를 준비하며 이른바 '존버킴' 또는 '코인왕'으로 불리는 박 모 씨 측으로부터 선거용 차량 대납비를 받았다는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받는다.
ho86@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