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일어난 홍콩 아파트 단지 화재 전 아파트 외벽에서 리모델링 공사를 하던 건설 노동자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목격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엑스 캡처)
해당 영상에는 건설 노동자로 보이는 한 남성이 아파트 외벽에 리모델링을 위해 설치된 대나무 비계(높은 건물 공사를 위해 설치하는 임시 가설물) 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 남성은 한 여성이 “또 여기서 담배를 피우느냐”는 물음에 놀라 뒤돌아보는 모습이었다.
홍콩 현지 언론도 실화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해당 아파트는 1983년 준공된 건물로 40년이 넘어 지난해 7월부터 1년 넘게 대규모 보수 공사 중이었는데, 아파트 주민들은 건설 노동자들의 흡연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매체들에 따르면 화재는 비계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주민들은 “대나무 비계에서 흡연하는 건설 노동자들을 반복적으로 발견해 유지보수팀에 신고했다”며 담뱃불로 인해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또 다른 주민은 “창문을 닫아도 비계 쪽에서 담배 냄새가 들어왔다”며 “아마도 수리 작업자들이 공사 구역에서 담배를 피운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번 화재는 ‘대나무 비계’가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중국 본토에서는 화재나 내구성 등 문제로 금속 비계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홍콩에서 금속 비계보다 값싼 대나무 비계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화재방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가연성 소재의 그물망과 엘리베이터 홀에 설치돼 있던 스티로폼 자재와 가구 등으로 불길이 더욱 빠르게 번진 것으로 보인다. 본래 홍콩 건축조례에는 불이 쉽게 붙지 않는 ‘난염성’ 소재로 제작돼야 하지만 실제 사용한 그물은 기준에 미달한 불량품이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26일 홍콩 왕 푹 코트(Wang Fuk Court) 주거 단지에서 발생한 화재로 최소 55명이 사망하고 279명이 실종됐다. (사진=뉴스1)
현지 언론과 인터뷰한 30년 경력의 건설 엔지니어는 “난염성 제품을 사용하라는 지침만 있을 뿐 실제 검사 절차나 사용 방식에 대한 규정은 없다”며 “현장에서 쓰이는 그물의 99%가 불량품”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밀집형인 해당 아파트에는 1984가구가 거주하는 가운데 이 중 약 40%는 노인층이다. 이들 중 거동이 불편해 자력으로 탈출하지 못해서 인명 피해가 더욱 커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26일 오후 2시 52분쯤 홍콩 타이포의 아파트 단지 ‘왕 푹 코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만 하루를 넘겨서야 진압됐다.
현재까지 사망자 외 76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으며 그 중 15명은 위중한 상태, 28명은 중상이다.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주민을 포함한 실종자는 279명으로 나타났다.
홍콩 행정부는 피해 주민들이 1~2주간 머물 수 있도록 유스호스텔과 호텔 1000개 객실을 마련하고 마련된 1800개의 보조 주택에 임시로 머물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홍콩 경찰은 과실치사 등 혐의로 공사 책임자 3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현지 경찰은 형사 사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