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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시작되면 그녀의 휴대전화엔 돈이 도착한다. 택시비, 점심값, 쇼핑비, 숙박비까지.
그 비용을 보내는 사람들은 그녀의 현실 세계 속 인간관계와는 거리가 있다. 대부분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맞대본 적이 없는 남자들이다.
이 관계는 단순한 스폰서 혹은 후원이라 부르기 어렵다. 그들의 세계에서 돈이 오가는 방식은 일반적인 사람들로선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며 이들의 관계는 지시와 복종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영국에 살고 있는 여성 밀리 필립스는 '핀돔'의 위치에 있다. 출처=더선
돈을 바치고, 요구받는 상황 자체에서 자극을 얻는 사람들
영국에 살고 있는 여성 밀리 필립스(26)는 자신의 인생을 "너무 쉽다", "무료로 사는 삶"이라고 망설임 없이 말한다. 그녀는 자신이 남성들에게서 돈을 받는 방식에 대해 일종의 업무일 뿐이라고 설명하지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성을 매개로 한 직업군과는 결이 다르다. 이날 그녀가 공개한 하루 일과는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흘러갔다.
밀리의 하루 일과는 또래의 여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어나 택시를 호출하고 친구를 만나 식사를 하고, 주말이면 호텔을 예약해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그녀의 지출 대부분은 누군가가 대신 지불한다.
이는 단순한 호의나 스폰서 관계와는 다르고, 데이트나 친밀감을 기대하는 구조도 아니다. 이 관계는 온라인에서 '핀돔–핀섭'으로 불리는 특수한 형태로, 금전을 매개로 지시와 복종이 나뉘는 경제적 지배 관계의 일종이다. 특정 남성들은 자신을 '금전을 지불하면서까지 지배당함을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하며, 돈을 바치거나 요구받는 상황 자체에서 심리적 긴장감과 자극을 얻는 '페티시' 구조를 갖고 있었다.
밀리는 자신이 맡은 역할을 '지배자(핀돔)'라고 설명한다. 그 아래 단계에 있는 남성들은 '금전적 복종자(핀섭)' 또는 '머니 슬레이브'로 불리며, 금전 제공 행위 자체에서 감정적 보상을 얻는다고 했다. 이 관계는 성적 접촉을 요구하지 않고, 금전 흐름과 역할극으로 유지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후원 구조와도 분명히 다르다.
남성들은 그녀에게 돈을 넘기는 자체로 흥분을 느끼기도 하지만, 일부는 "이 돈을 받고 마음껏 원하는 대로 지시를 내려주세요"라며 주인을 섬기듯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영국에 살고 있는 여성 밀리 필립스는 자신의 삶에 대해 "너무 쉽다"고 표현한다. 출처=더선
"내 하루는 모든 비용을 남성들이 감당하는 방식"
이날 집에서 나온 밀리는 한 남성에게 "친구를 만나러 가야 하니 우버를 보내라"고 지시했고, 몇 초 만에 택시가 도착했다. 상점가에서 옷을 고른 뒤 사진을 찍어 또 "이 옷을 살 거야. 급해"라고 짧은 메시지를 남기자, 곧바로 300파운드(약 58만 원)가 입금됐다.
이후 다른 남성에게서 250파운드(약 48만 원)가, 또 다른 남성들로부터 110파운드(약 21만 원)와 100파운드(약 19만 원)가 연달아 들어왔다. 모든 과정은 그녀가 직접 공개한 송금 내역으로 확인됐다.
그날 밀리가 소비한 식사, 카페, 아이스크림, 쇼핑, 이동, 심지어 호텔 숙박비까지 전부 남성들이 결제했다. 그녀는 이를 두고 "내 하루는 모든 비용을 남성들이 감당하는 방식으로 흘러간다"고 말하면서도 "단순한 스폰서의 개념이 아닌 역할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즐겁지 않은 순간도 있다. 하지만 이 관계는 서로가 동의하고 맡은 역할에 따라 굴러가는 구조일 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라고 했다.
법적 판단이나 수사 사례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이 구조가 반복될 경우 위험성에 대한 기준 마련과 안전장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한다.
법적 판단이나 수사 사례 없지만, 기준 마련과 안전장치는 필요
관계의 본질에 대해 그녀는 "돈을 강제로 뺏는 게 아니다. 그들이 원해서 보낼 뿐"이라고 강조했다. 남성들이 금전적으로 통제당하는 상황, 혹은 지시를 받는 순간 자체에서 만족감을 얻는다는 설명이다. 그녀는 "이건 합의된 거래이고,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는다. 불법도 아니고, 성적 관계를 기대하는 구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밀리는 현재도 10여 명의 남성과 이런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든 관계는 상호 동의 기반이며 강제성은 없다"라고 재차 강조 하는 것이 그들의 관계이다.
다만 이 같은 구조가 심리적 의존이나 재정적 소모, 통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아직 이와 관련해 법적 판단이나 소송 등 법적 공방으로 번진 사례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이 구조가 반복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한 기준 마련과 안전장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또한 플랫폼 기반 관계가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 금전 의존을 매개로 한 지배·복종 구조가 어디까지 확장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합의된 관계라 하더라도, 경제적 한계를 넘어선 지불이 발생하거나 역할이 실제 생활을 압박하기 시작하는 순간 갈등으로 번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khj80@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