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AI가 생각하는 대로 살 것인가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28일, 오전 05:00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 인공지능(AI)과 함께하는 삶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음성 한마디로 사진을 바꾸고 노래를 만들고 버튼 하나로 영화를 추천받고 문장을 입력하면 멋진 글이 만들어진다. 특히 생성형 AI를 써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아! 정말 대단한 걸.’ 이 감탄 속에서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게 된다. 효율적이고 편리한 삶,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주는 도구로서의 AI는 분명 인류의 큰 진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내가 생각해야 할 부분을 너무 AI에 맡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글을 쓸 때, 문제를 해결할 때, 심지어 어떤 감정을 표현할 때도 우리는 AI의 도움을 받는다. 문제는 그것이 ‘도움’을 넘어 ‘대행’이 될 때다. 이 지점에서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능력인 ‘생각’의 가치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프랑스 작가 폴 부르제가 한 말이 떠오른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 말을 오늘날의 상황에 비춰보면 이렇게 들린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AI가 생각하는 대로 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생각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점검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생각’이라는 단어는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정의 내리기 어렵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천 번 생각하지만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자각하지 못한다. 필자는 결국 생각을 이렇게 정의했다. ‘머릿속에서 나와 나누는 대화.’

이 정의는 단순하면서도 본질을 잘 담고 있다. 우리는 늘 어떤 상황에서든 마음속으로 말을 건다. ‘이것이 맞을까.’ ‘이렇게 해도 될까.’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했을까.’ 이 내면의 대화를 인식하는 능력이 바로 ‘메타인지’다. 다시 말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의식하는 힘이다.

생각을 AI에 의존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우리는 이 메타인지의 감각을 잃을 위험에 처한다. 예를 들어보자.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AI 시대에 생각의 주도권을 인간 중심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 몇 가지 실천 방법을 제안한다.

첫째,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자각하라. AI가 던져준 답변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왜 이런 답이 나왔지’, ‘이 생각은 내 생각과 어떤 점이 다른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라는 것이다.

둘째, AI와 대화하되 토론하라. AI를 일방적인 정답 제공자가 아닌 사고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 AI가 제시한 아이디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보완하고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해 보자.

셋째, 생각의 흔적을 남겨라. 생각은 기록할 때 명확해진다. 글을 쓰는 것, 메모하는 것, 말로 풀어보는 것은 모두 사고의 훈련이다. 단순히 AI가 만든 결과물만 보고 ‘좋다’고 넘기지 말고 내 생각을 덧붙여 보자.

넷째, 정답보다 질문에 집중하라. AI는 정답을 잘 준다. 하지만 인간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존재다. 스스로에게, 타인에게, AI에도 질문하라. 그 과정에서 생각의 깊이가 생긴다.

생각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창의적인 행위다. AI는 빠르고 정확하다. 하지만 인간의 생각에는 속도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맥락, 감정, 경험, 의미다. 같은 정보를 보더라도 인간은 과거의 경험과 연결지어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창의성의 시작이다.

예를 들어 AI는 수천 편의 소설을 분석해 ‘사랑 이야기’를 쓸 수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을 오래도록 사랑했던 경험’은 인간만이 느끼고 표현할 수 있다. 이 차이를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생각하는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 시대 큰 질문을 던진다. AI는 인간의 사고를 보조해 주는 도구다. 하지만 도구가 주인이 돼버리면 인간은 스스로를 잃는다. 그러니 기억하자. ‘내 생각을 인식하고 내 생각을 가꾸고 내 생각에 책임지는 것.’ 그것이 AI 시대에 인간으로 살아가는 가장 강력한 방식이다.

생각을 게을리하지 마라. 당신이 생각하지 않으면 누군가 또는 무언가가 당신 대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생각의 주도권이 당신을 떠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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