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승무원·조종사 분리교섭 '기각'…하청노조 개별교섭 쉽지 않을듯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28일, 오전 08:23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부산에어 캐빈(객실)승무원노조가 임금 격차가 큰 조종사노조와의 ‘분리교섭’을 신청했지만 노동위원회가 기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위는 승무원과 조종사 간 근로조건이 분리교섭이 필요한 만큼 차이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라 내년 3월부터 하청노조가 원청 사업주와 개별교섭에 나설 길이 열렸지만, 개정 노조법에서도 분리교섭은 ‘예외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에 하청노조 간 분리교섭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개정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중노위 “임금차이, 전문성에 따른 것”

27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달 부산에어 캐빈승무원노조가 낸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지난 7월 캐빈승무원노조는 제1노조인 조종사노조와 ‘현격한 근로조건 차이’를 이유로 교섭단위 분리를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캐빈승무원노조는 중노위에 재심을 요구했지만 중노위는 초심을 유지했다.

현행 노조법은 사업장 내 노조가 복수일 경우 교섭창구를 하나로 묶어야 한다(교섭창구 단일화)고 규정하고 있다. 대표교섭노조는 과반수노조가 맡게 된다. 이때 소수노조는 독자적인 교섭(분리교섭)을 노동위에 신청할 수 있는데, 현행법은 ‘현격한 근로조건 차이’ 등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교섭단위 분리를 허용한다.

부산지노위와 중노위는 승무원과 조종사 간 임금·수당 차이는 인정되지만 분리교섭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두 직종의 임금 차이가 근로조건에서 기인한 것이라기보다 업무 난이도와 전문성에 따른 차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고용 관행이 유사한 점도 반영했다. 특히 캐빈승무원만 분리하면 정비직 등 다른 직군 역시 개별적으로 교섭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교섭단위 분리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최종 판단했다.

◇노란봉투법도 하청노조 간 ‘창구단일화’ 원칙

이번 중노위 결정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교섭단위 분리와 관련한 노동위 판단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3월 10일부터 원청 사업주와의 교섭권을 획득한 하청노조는 원청 사업주와 개별교섭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하청노조가 복수일 경우 하청노조 간 교섭단위를 분리할 땐 지금처럼 노동위 판단을 받아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개정노조법 시행령을 개정해 교섭단위 분리 기준을 구체화할 계획이지만, 여전히 그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노동부가 시행령 개정안에 담은 기준은 △현격한 근로조건 차이 △고용형태 △교섭관행 △노조 간 갈등 유발 가능성 등이지만, 이는 법원 판례를 옮긴 것뿐이다.

노동계에서 이 기준을 부산에어 캐빈승무원노조에 적용해도 교섭단위 분리를 기각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노동계 관계자는 “분리교섭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며 “노란봉투법이 시행돼도 하청노조 간 분리교섭은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에 소수노조가 개별교섭권을 획득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개정 노조법을 적용해도 분리교섭은 ‘예외’로 허용되기 때문이다. 하청노조 간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게 원칙이라는 의미다. 노동부는 원청노조와 하청노조 간 교섭단위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분리하겠다고 밝혔지만, 하청노조 간 교섭단위 분리 과정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하나의 하청 사업 내 복수노조가 있다면 하청 단위에서 교섭창구를 단일화 한 후 바로 원청 사용자에게 교섭 요구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법인이 다른 하청의 노조 사이엔 교섭창구 단일화가 필요 없다는 의미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로 초기업 교섭 활성화를 내걸었는데 교섭창구 단일화는 초기업 교섭엔 맞지 않는 제도”라고 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