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2025.8.6/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150일간의 수사를 마친 순직해병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28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김건희 여사에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을 부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 등 개신교계를 통한 임 전 사단장 구명 시도 정황도 다수 확인해 향후 재판을 통해 규명해 나갈 계획이다.
이명현 특별검사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수사결과발표에서 "특검은 김건희의 최측근인 이종호가 2023년 7월 해병대원 순직사건 직후 '멋쟁해병' 단체대화방 멤버인 송호종의 부탁을 받아 김건희에게 임성근의 구명을 부탁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임성근과 이종호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특검 수사를 통해 두 사람이 2022년부터 술자리를 함께하는 등 상당 기간 친밀한 관계였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특검은 이어 "임성근이 개신교계 인맥을 이용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구명을 부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김 목사가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국가안보실 회의 전후로 주요 공직자들과 지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 국방부가 순직 사건을 재검토하던 시기 김 목사가 대통령실을 방문하고 임성근과 직접 통화한 사실 등 김 목사가 구명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다수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명 로비 의혹은 향후 윤 전 대통령 등의 직권남용 사건 공판 과정에서 증인신문을 통해 수사외압의 동기와 배경을 규명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해병대원 순직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해 온 순직해병특검팀 이명현 특별검사가 28일 서울 서초구 해병특검 사무실에서 150일의 수사 일정을 마무리하며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5.11.2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이 특검은 "우리 특검은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죽음에 대해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그 책임의 소재를 가리기 위한 수사에 권력 윗선의 압력이 어떻게 가해졌는지 밝히기 위해 출범했다"면서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대한 과도한 기각은 아쉬움이 남지만 그럼에도 특검은 한 치의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해 주요 수사 대상 사건 대부분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했다"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지난 7월 2일 정식 출범한 이후 5개월 동안 관련자 300여 명을 조사하고 180회에 걸쳐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외교부, 법무부 등 정부 부처와 사건 관계인의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그 결과 총 33명의 피의자를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 넘긴 피의자는 수사외압 의혹 12명,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범인도피 의혹(일명 '런종섭 의혹') 6명, 순직사건 5명, 공수처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의혹 5명 등이다. 이중 윤 전 대통령은 수사외압 의혹과 런종섭 의혹의 정점으로 두 차례 기소됐다.
해병대원 순직사건 임성근 구속기소…"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와 같다"
특검팀은 지난 10일 해병대원 순직사건의 핵심 피의자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군형법상 명령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사건에 연루된 지휘관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특검팀은 그간 경북경찰청과 대구지검에서 수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임 전 사단장 등 총 80여 명의 사건 관계자를 조사했고, 경북 예천과 해병대 주요 부대 등의 방문 조사도 진행하며 임 전 사단장의 증거인멸 정황 등을 추가로 확인해 신병확보에 성공했다.
이 특검은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의 무리한 작전 통제·지휘가 사고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당초 이 사건 발생 직후부터 수사했던 해병대수사단의 결론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특검은 "해병대원이 세상을 떠난 지 2년 4개월이 지났지만 군 사망 사건의 책임자를 기소하기까지 이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그 세월 동안 유족들이 겪었을 고통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특검의 수사 결과가 유족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라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 순직한 해병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를 표했다.
尹 격노서 시작된 수사 외압·박정훈 보복…"권력형 중대 범죄·엄중 판단 필요"
윤석열 전 대통령. 2025.9.26/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수사외압 의혹은 2023년 7월 31일 윤 전 대통령이 외교·안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임 전 사단장 등을 순직사건 혐의자로 적시한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한 이후 발생한 △사건 이첩 보류 및 기록 회수 △수사 결과 수정 △박정훈 대령 항명 혐의 수사·기소 및 군사경찰 감축 시도 △국회·박 대령 재판에서의 조직적 외압 은폐 시도를 골자로 한다.
특검팀은 지난 21일 수사외압 의혹의 정점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 등 관련자 12명을 재판에 넘겼다. 또 박 대령을 항명 혐의로 수사한 군검사 2명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직권남용감금죄를 적용해 지난 27일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은 지난달 △이 전 장관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김동혁 국방부검찰단장 △김 전 사령관 등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신병확보에 실패하는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이 특검은 "나라의 부름을 받아 군 복무 중이던 해병대원이 작전 수행 중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자를 가려야 했던 수사는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조직적인 외압으로 방해를 받았다"면서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이를 계기로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기 위한 조직적인 직권남용 범행을 저지른 사실, 박정훈 단장에 대해 가해진 일련의 보복 조치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2025.9.1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특검팀은 박정훈 대령에 대한 국방부검찰단의 수사·기소가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규정했다.
이 특검은 "특검은 박 대령 항명죄 등 재판 사건을 국방부검찰단으로부터 넘겨받아 수사 및 공판 기록을 검토했고 공소권 남용이라고 판단해 항소를 취하했다"면서 "국방부검찰단은 무리한 혐의를 적용해 박 대령을 입건했고 체포 필요성이 없음에도 두 차례 체포영장, 구속영장까지 청구하는 등 무리한 보복 조치를 감행했다. 이 역시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침해하는 수사외압 행위는 중대한 권력형 범죄"라며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의 엄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지난 27일 이 전 장관 범인도피 의혹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 조태용·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심우정 차관,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을 불구속기소 했다.
이 특검은 '런종섭 의혹'을 두고 "윤 전 대통령이 수사가 자신과 대통령실에까지 확대되는 것을 우려해 이 전 장관을 외국으로 내보내도록 지시한 사실, 이 전 장관의 대사 부임을 위해 대통령실, 외교부, 법무부가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해 대통령의 지시를 실행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법령에 명시된 절차와 요건은 모두 무시됐다"고 짚었다.
"尹 임명한 공수처 부장검사들 외압 수사 방해…신속 수사 지장 초래"
김선규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1부장검사(왼쪽)와 송창진 전 수사2부장검사. 2025.11.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특검팀은 지난 25일 공수처 내부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의혹과 관련해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재승 차장, 김선규·송창진·박석일 전 부장검사를 재판에 넘겼다.
김·송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공수처장과 차장 직무를 대행하면서 외압 의혹 수사팀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소환조사와 추가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막는 등 수사를 방해한 혐의(직권남용)로 불구속 기소됐다.
송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7월 국회에 나와 보완이 필요해 영장 청구에 반대했다고 주장하는 한편, 과거 자신이 변호했던 이종호 전 대표가 구명 로비 의혹에 연루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허위 진술한 혐의도 받는다.
오 처장과 이 차장, 박 전 부장검사는 송 전 부장검사의 국회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한 후 관련법에 따라 대검찰청에 이를 알리지 않고 수사도 하지 않으며 사실상 사건을 방치한 혐의(직무유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특검은 "공수처는 특검 출범 전까지 수사외압 사건을 수사한 기관으로, 공수처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이 제기돼 이 부분도 수사 대상으로 포함했다"면서 "특검 수사 결과 윤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선규·송창진) 부장검사들이 공수처 지휘부를 장악해 수사를 방해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과정에서 현 공수처장 및 차장의 직무유기 혐의도 인지했고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공수처 전현직 지휘부의 수사 방해 및 직무유기가 명백히 확인된다고 결론 내렸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인권위원 직무유기 혐의·경북청 수사기밀 유출 의혹 경찰 인계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겸 군인권보호관. 2025.7.3/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특검팀은 경북경찰청의 해병대원 순직사건 수사 과정에서 관련자 진술이 임 전 사단장에게 유출된 사실과 임 전 사단장을 대구지검에 송차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부실수사·봐주기 의혹'에 대한 추가 수사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겸 군인권보호관과 이충상 전 상임위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의혹 사건도 경찰에 넘긴다.
두 사람은 2023년 8월부터 지난해까지 정당한 이유 없이 상임위원회 회의에 출석하지 않거나 자신들의 요구가 상임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회의장을 퇴장하는 등 직무를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또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이종호 전 대표가 변호사법 위반, 사기, 특수공갈 등 행위로 약 6억3000만 원을 갈취한 피해 사실을 확인했지만 특검법상 수사 대상 범죄에 해당하지 않아 이를 경찰에 인계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이 전 대표는 2021년 10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변호사법 위반, 사기, 공갈 등 범행을 통해 2억7660만 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또 그는 지난해 2월 주식투자 손해를 보전하라며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3억5600만 원을 갈취한 혐의(폭력행위처벌법상 특수공갈)도 있다.
goldenseagull@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