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규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1부장검사(왼쪽)와 송창진 전 수사2부장검사. 2025.11.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해 순직해병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할 당시 공수처장 직무를 대행한 김선규 전 수사1부장검사가 "누구 좋으라고 소환하겠다는 것이냐", "총선 전에는 소환 요구도 안 되고 전화 통화도 하지 말라. 수화기 들면 감찰하겠다"고 말하며 당시 수사팀을 압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수처 차장 직무를 대행한 송창진 전 수사2부장검사는 수사팀에서 추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려고 하자 "수사외압 사건은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처장 결재만으로 영장을 청구하는 경우 사직하겠다"고 말하며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28일 뉴스1이 확보한 김·송 전 부장검사의 공소장에 따르면 순직해병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지난 26일 두 사람을 재판에 넘기면서이들이 수사외압 의혹 수사가 본격화하면 필연적으로 윤 전 대통령에게 향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수사 방해에 나섰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특검팀은 김·송 전 부장검사가 "윤 전 대통령에 의해 공수처 검사에 임명된 사람으로, 공수처장과 차장 직무를 대행하기 전부터 공수처 내부에서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공공연히 과시했다"면서 "특히 김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 검사 임명 지연 등 조직 구성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윤석열과의 친분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영향력을 과시했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외압 의혹 수사팀이 고발인 조사와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면서 수사를 본격화하던 2023년 12월부터 수사 방해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2023년 12월 초 여운국 당시 공수처 차장을 찾아가 제22대 총선이 5개월 이상 남았음에도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수사를 진행하지 말라고 지휘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듬해 1월 수사팀이 대통령실을 비롯해 5개 장소 및 18명을 압수수색 대상으로 하는 영장 청구를 준비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재차 여 차장을 찾아가 "영장청구서에 결재해 주면 안 된다. 결재하면 사표를 내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수시팀은 당초 계획과 달리 압수수색 대상지 대폭 줄여 관련자 6명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만 청구하게 됐다.
두 사람의 수사 방해는 지난해 1월 초대 공수처 지휘부가 퇴임하고 각각 처·차장 직무를 대리하면서 노골화했다.
김선규 "총선 전에는 조사하지 말라. 누구 좋으라고. 수화기 들면 감찰한다"
김 전 부장검사는 여 차장이 퇴임한 후 지난해 1월 26일 오후 처장 직무대행으로서 첫 간부회의를 주관하며 외압 의혹 수사팀 규모를 축소하고, 사건 주임검사를 다른 부서로 전보하도록 지시했다. 이로부터 사흘 뒤 수사팀 부장검사가 '인사 조치를 하면 사직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반발하자 인사 발령 시도는 미수에 그쳤다.
이후 김 전 부장은 같은해 2월 수사팀으로부터 "사건 관계인 소환조사를 해야 하니 2~3월 조사 일정을 조율하겠다"는 보고를 받자 "4월 총선을 앞두고 있고, 지금 소환조사를 하면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총선 전에는 수사외압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수사팀에서 조사를 더 늦출 수 없어 "우호적인 진술을 확보할 수 있는 사건관계인이라도 총선 전에 조사하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김 전 부장검사는 "누구 좋으라고 소환하겠다는 거냐. 수화기도 들지 말라. 총선 전까지는 소환하지 마시오"라며 완강히 거부했다.
또 수사팀이 지난해 3월 '출석요구만이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자 김 전 부장검사는 "총선 전에는 소환요구도 안 되고 전화 통화도 하지 말라. 수화기를 들면 감찰하겠다. 총선이 끝나면 그때 소환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5월 국회 본회의에서 순직해병특검법이 통과하고, 이에 대통령실에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시사하자 수사팀을 향해 "어서 소환하라. 막 소환하라. 특검 거부권 명분을 만들어 드려야 한다. 언론에 적절히 알릴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또 부장회의에서는 "대통령께서 거부권을 행사할 예정인데, 참고인 한두 명을 더 불러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사팀은 오동운 공수처장 부임 이후 그동안 진행하지 못한 증거 확보를 위해 추가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준비했으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송 전 부장검사의 완강한 저항이었다.
송창진 "수사 외압은 소설…영장 결재에서 배제하면 사표" 압박
수사팀은 지난해 6월 대통령실을 비롯해 외압 의혹에 연루된 기관과 당사자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겠다고 송 전 부장검사에게 보고했다.송 전 부장검사는 결재를 미루다가 외압 의혹 피의자들에게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직접 작성해 오 처장에게 했다.
이어 송 전 부장검사는 보고 당일 소집된 오 처장 주재 회의에서 "수사외압 사건은 소설 같은 이야기다. 어떻게 이런 걸 영장을 (청구하러) 가려고 하냐. 외압 사건의 범죄사실은 사실관계가 틀렸고, 사실관계가 입증되더라도 법리적으로 죄가 안 된다. 각하가 분명해 영장을 청구해선 안 된다"면서 "차장 직무대행으로서 영장 청구 승인 결재를 할 수 없고, 나의 결재 없이 처장 결재만으로 영장을 청구하는 경우 사직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송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3월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되자 수사팀에 출국금지 해제를 지시하기도 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4월 같은 사건의 피의자인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이 총선에 출마하자 수사팀 관계자에게 출국금지 연장신청 대상자에서 신 전 차관을 제외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출국금지 문제와 관련한 두 사람의 지시는 수사팀의 강한 반발로 끝내 실행으로 옮겨지진 않았다.
goldenseagull@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