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브라질 기후총회…우림 할퀸 산불 흔적 아마존에 남았다 [황덕현의 기후 한 편]

사회

뉴스1,

2025년 11월 29일, 오전 07:00

브라질 조각가 프란스 크라이츠베르크의 '아마존 화재 잔해 조형' 시리즈 © 뉴스1

브라질 벨렝에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막을 내렸지만, 아마존 숲의 불길은 꺼지지 않았다. 브라질 정부는 ‘2028년 산림파괴 제로’를 선언했으나, 회의 직후에도 북부 지역에서는 불법 개간과 산불이 이어졌다. 국제회의장 안에서는 보호 약속이 오갔지만, 숲의 현장은 그 약속과 다른 시간에 있다. 이러한 간극을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 바로 브라질 조각가 고(故) 프란스 크라이츠베르크가 남긴 아마존 화재 잔해 조형 시리즈다.

모래사장 위에 세워진 그의 조각은 거대한 나무뿌리가 뒤집힌 형태를 하고 있다. 중심 기둥에서 수십 가닥의 뿌리 같은 구조가 사방으로 흘러내리며, 표면은 불길에 그을린 흔적처럼 검게 변색돼 있다. 일부는 휘고 꺾여 있어 실제 화재 지역에서 목격되는 나무 잔해와 거의 유사한 형태를 띤다. 내부에 줄지어 매달린 구형 덩어리는 생명 씨앗처럼 보이지만, 파괴되고 남은 잔해를 연상시킨다. 잿빛 조각은 그 너머 잔잔한 바다와 대조되며, 아마존 파괴가 남긴 풍경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폴란드 태생으로, 나치의 유대인 탄압을 겪은 작가는 브라질 이주 뒤 장기간 아마존 화재 현장을 직접 기록했다. 산불 지역에서 불에 탄 나무·뿌리를 수습했고, 이를 조각으로 재구성했다. 작품 재료는 대부분 실제 화재 잔해로, 목질이 타들어 간 방향성이나 표면의 열 변형까지 그대로 보존돼 있다.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현장의 질감을 고스란히 옮긴 기록물에 가깝다. 그는 나무 한 그루가 타는 게 생태계와 기후 시스템을 어떻게 흔드는지, 충격적 이미지로 소개한 것이다.

'지구의 허파' 아마존의 산불은 단순한 산림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방출하고, 남아 있는 숲의 탄소흡수 기능도 약화한다. 크라이츠베르크가 반복해 다뤄온 불탄 뿌리는 숲이 흡수해야 할 탄소가 오히려 대기 중으로 배출된 뒤 남은 흔적을 상징한다. 이 작품이 '기후예술'이자 '환경 증거물'인 이유다.

회의장에서는 아마존 보전이 강조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법 개간과 방화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작가의 조각은 사후적 경고처럼 읽힌다. 2017년 세상을 떠난 그는 생전 "숲은 스스로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불탄 나무를 대신 들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이 만든 파괴가 어떤 물질적 흔적을 남기는지 보여주며, 회의장에서 나온 약속이 현실로 이어지는지 묻는다.

한국 정부는 COP30에서 탈석탄을 천명했고,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공개했다. 막이 내린 뒤 중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숲이 남긴 잿빛 조각은 기후정책이 예술보다 뒤처지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불탄 숲은 천천히 회복될지 몰라도, 기후위기 대응은 기다릴 시간이 없다. 우리가 살아야 하기에, 정책의 속도는 더 늦출 수 없다.

황덕현 경제부 기후환경전문기자 2025.10.13/뉴스1 © News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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