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절대평가로 대입·고교학점제 엇박자 풀어야”[교육in]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29일, 오전 07:01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고교학점제가 현장에 안착하려면 대입과의 엇박자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민일홍 전인고 교장은 2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현 고교학점제의 보완 방안에 관해 이같이 강조했다. 민 교장은 지난 2011년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고교-대학 연계형 대입제도 중장기 종합 방안’ 연구보고서 작성에 참여해 고교학점제 밑그림을 그렸고 교육부 고교학사제도혁신팀에서 교육연구사로 근무하며 고교학점제 업무를 맡았다.

민일홍 전인고 교장. (사진=본인 제공)
민 교장은 “고교학점제가 여러 방면에서 논란이 되고 있지만 제일 큰 문제는 고교학점제와 대입이 공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에게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정작 학생들은 대입에 유리한 과목을 고를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의 선택이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적성·진로에 따라 선택과목을 이수한 뒤 192학점을 채우면 졸업할 수 있는 제도다.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을 신장하고 진로 탐색 기회를 넓히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학생들은 진로 설계보다는 상위권 내신을 받는 데 유리한 과목을 고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내신 등급이 상대평가에 따라 갈리기 때문에 학생수가 적은 과목을 고른다면 좋은 내신 등급을 받기가 어렵다.

이에 민 교장은 고등학교 내신의 절대평가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경쟁 부담부터 줄여야 내신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진로·적성 탐색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 교장은 “고교 내신의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학생들이 진로에 맞춰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교학점제의 주요 쟁점인 미이수제와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최성보)에 관해서는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현 고교학점제에서 학점을 이수하려면 과목별로 40% 이상의 학업성취율을 달성하고 출석률 3분의 2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학업성취율이 40% 미만인 과목은 최성보에 따른 보충지도를 시행해 이수 처리를 한다. 보충지도는 1학점당 3시수 이상을 하면 된다.

그러나 교원단체들은 최성보에 따른 업무부담이 크고 실효성도 낮다며 미이수제와 최성보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등 교원3단체가 이달 4일부터 14일까지 전국 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 4060명 중 55.2%는 학점 이수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72.6%는 고교 졸업 요건으로 출석률 3분의 2 이상만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민 교장은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를 되새기고 책임교육 관점에서 제도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의무교육이나 다름없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일정 수준 이상의 학업 성취도를 달성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 교장은 “미이수제와 최성보를 폐지하면 수업을 잘 듣지 않고도 졸업이 가능했던 기존 방식과 차이가 없다”며 “최소 성취수준은 책임교육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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