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날 오후 늦은 시간. 폭풍 같았던 업무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한숨을 돌리려던 때,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렸습니다.
건강 검진 병원으로부터의 연락이었습니다. 전이 여부를 확인해 봐야 한다고 해 암을 직감했던 날, 그리고 이틀 뒤 방문한 병원에서 직장암 확진을 받았던 때로부터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참고 : 갑자기 찾아온 암, 다시 생각난 법조인들의 죽음[법조팀장의 사견])
암과의 1년 동안의 동행은 평생 제가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가는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오롯이 견뎌야했던 1년
밴드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의 싱글 앨범 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제목의 노래가 있습니다. 암 환자는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과 늘 마주합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막연하게 느껴졌던 죽음에 대한 공포가 피부로 와닿았고, 자연스럽게 소중한 가족과 친구·지인들과의 이별이 상상되면서 우울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무시한 저를 자책하는 마음도, 휴직으로 인해 닥칠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걱정도, 잊을 만하면 불쑥불쑥 가슴 속을 비집고 튀어나와, 명치 위에 자리 잡고 앉아 저를 괴롭혔습니다.
이 밖에도 앞으로 치료 과정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그 두려움이 현실이 된 항암·방사선·수술, 그 과정에서 지쳐가는 나의 마음 등 암에 걸리기 전까지는 몰랐었던,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 감정들을 오롯이 1년 동안 견뎌냈어야 했습니다.
수술이 끝나 암을 제거해도 이 감정들은 쉽게 물러날 생각을 안 합니다. 암 환자들은 수술 이후에도 재발과 전이의 공포와 싸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통상 수술 후 5년이 지나면 '완치'라는 표현을 쓰곤 하지만, 암 환우들과 보호자들은 알 겁니다. 5년이 지나도 방심할 수 없다는 것을요.
수술이 가능하면 다행입니다. 다른 장기로 전이 돼 수술이 아예 불가능한 환자들도 있습니다. 수술이 어려운 4기 환우들 대부분은 암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고식적 항암'으로 기약 없는 항암 치료를 받습니다.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이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암 치료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육체적 고통 뿐 아니라통제할 수 없는 이 같은 불안, 감정의 소용돌이가 아닐지 생각합니다.
저는 다행히 선·후배 동기, 친구들과 지인들, 그리고 독자분들의 따뜻한 응원과 격려 덕분에 이런 감정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같이 암과 싸우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힘들 때마다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염려해 준 환우들의 존재도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하는 큰 힘이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감정의 소용돌이, 구렁텅이 속에서 괴로워하고 계신 환우들이 많을 것입니다.
저는 12월 첫 날, 장루 복원 수술을 받기 위해 다시 수술대에 눕습니다. 임시 복직을 마치고 다시 휴직에 들어가기 전, 아직도 부정적인 감정 속에서 힘들어 하고 계실 환우분들께 이 말을 전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혼자 너무 괴로워하지 마세요. 힘들 때 힘들다고 이야기해도 괜찮습니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세요. 우리는 이길 수 있습니다. 느려도 괜찮습니다. 대신 포기하지 맙시다.
ho86@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