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견과 신탁의 결합, 초고령사회 노인 재산보호의 새 해법[상속의 신]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30일, 오전 09:12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안다상속연구소장] 우리 사회는 이미 초고령화 시대로 진입하였다. 지난 18일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제4회 한국후견대회는 이러한 변화를 법·제도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집중적으로 논의한 자리였다. 대회의 첫 주제는 ‘초고령사회, 고령자 재산보호를 위한 법적 안전망’이었으며, 국내·외 학자들은 치매 인구의 급증, 고령층 자산의 급속한 증가, 그리고 무연고 노인의 확대라는 현실을 지적하며 우리 제도 전반의 재정비를 강조하였다. 핵심 문제는 단순하다. 의사능력이 저하된 노인의 재산을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보호할 것인가이다.

현행 성년후견제도는 고령자의 재산과 신상을 보호하는 핵심 수단이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후견 개시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치매 감정을 전제로 하는 현행 구조에서는 긴급한 보호가 어렵고, 가족 중심의 후견은 전문성·공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학계는 후견제도의 공공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첫째, 법원뿐 아니라 지자체와 후견센터의 행정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독일처럼 사전대리권 등록제도를 도입해 임의후견을 활성화하고, 후견 범위의 다양화 및 감독의무 완화도 검토해야 한다. 둘째, 가족 중심에서 벗어나 다면적·다층적 공공후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전문후견인(변호사 등), 법인후견인(신탁사·NGO), 시민후견, 공공후견이 단계적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가 이상적이다. 일본의 시민후견제도처럼 일반 시민이 이웃 노인의 일상생활을 돕고 병원 동행까지 지원하는 모델도 참고할 만하다.

현재 후견업무는 법원이 총괄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충분한 감독이 어렵다. 따라서 지자체·후견센터·공공신탁기관이 함께 후견을 분담하는 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독일의 성년후견청처럼 후견과 신탁을 통합 관리하는 국가기관 설립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행 신탁법은 신탁 가능한 자산 범위를 7개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자산, 연금, 각종 금융상품까지 다양해진 고령층 자산을 관리하기에는 지나치게 협소하다. 고령자의 복합적 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포괄적 재산신탁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전문적 신탁 운영을 위해서는 재신탁이 허용되어야 하지만, 현행 법률상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주제 발표한 홍석철 교수는 고령자 자산보호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신탁업법 제정 등 신탁 규율체계의 전면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특히 저소득층·취약계층 노인을 위한 공공신탁 도입은 시급한 과제이다. 공공기관·지자체·비영리단체가 신탁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하며, 후견과 신탁을 연계한 ‘후견지원신탁’, ‘임의후견+유언대용신탁’ 등 새로운 모델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 신탁변호사회 회장 오영표 변호사는 고령자가 되기 전에 인생 재산을 설계하는 ALP(Advance Life Plan) 개념을 제시하였다. 이는 5060세대가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재무설계, 가족신탁을 통한 재산보존·승계, 임의후견을 통한 신상보호를 종합적으로 계획하는 시스템이다. 임의후견과 신탁을 결합한 ‘임의후견신탁’은 이러한 계획을 실현하는 핵심 도구로 평가된다. 여기에 자기신탁선언이나 간단한 민사신탁을 이용하면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도 보호효과를 얻을 수 있다. 돌봄 설계까지 포함한다면 완성도 높은 노후 보호 설계가 가능하다.

초고령화 사회에서는 노인의 재산이 단순한 유산이 아니라 본인의 생계·건강·돌봄을 유지하는 삶의 기반이다. 그러나 후견제도와 신탁제도는 아직 이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는 후견제도의 공공성·전문성 강화, 지자체·공공기관·전문기관의 협력 구조 확립, 포괄적 재산신탁 및 공공신탁 제도의 도입, ALP 기반의 사전 인생설계 확산, 후견과 신탁의 결합을 통한 복합적 보호모델 확립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

노인들의 삶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그들의 재산을 안전하고 투명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한국후견대회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우리 사회가 초고령화 시대에 걸맞은 노인 재산보호 법적 안전망을 갖추는 것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법무법인 안다 대표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