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날 죽게 놔둔 것"…간 이식 거부한 아내에게 남편이 '이혼 소송'

사회

뉴스1,

2025년 11월 30일, 오전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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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이식을 거부한 아내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한 남성이 1심과 2심 모두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장기 기증을 거부했다는 사실만으로 혼인 파탄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며 남편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은 지난 26일 SBS '모닝와이드'를 통해 알려졌다. 결혼 3년 차인 부부에게 남편의 희귀 간 질환이 발견되며 시한부 1년 진단이 내려졌고, 이식 가능 가족을 찾는 과정에서 아내가 적합 판정을 받았다.

남편은 희망을 품었지만 아내는 달랐다. 그는 자신이 '선단 공포증'을 앓고 있어 수술대에 오를 수 없다며 "주사만 봐도 겁이 나는데, 날카로운 메스를 상상하면 도저히 수술을 받을 수 없다"고 거부했다.

남편은 아내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 "그깟 메스가 무서워 배우자를 죽게 놔두느냐", "당신이 나를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폭언을 퍼부었고, 시부모도 아내를 향해 "남편이 죽어가는 걸 가만히 보겠다는 거냐"고 비난했다. 부부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다.

이후 외부 기증자가 기적적으로 나타나 남편은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건강도 회복했다. 그러나 남편은 아내를 용서하지 않았다.

아내 지인을 통해 아내가 과거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고, 실제로 선단 공포증을 앓은 적이 없다는 사실까지 확인하게 된 이후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아내는 "거짓말한 건 맞다"면서도 "내가 수술받다 잘못되면 어린 딸들은 어떻게 되느냐는 두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남편은 아내의 장기이식 거부가 악의적이고, 부양 의무를 저버린 행위라고 주장하며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장기 기증은 신체에 대한 고도의 자기결정권에 속하는 영역으로, 이를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이혼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부부의 부양 의무는 서로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라는 취지일 뿐 '생명을 걸고 희생하라'는 의미까지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해석이었다.

법원은 아내의 결정에 현실적 이유가 있었다고도 봤다. 두 어린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술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과 위험 부담이 존재했고, 이것이 이식 거부 사유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판결 이후에도 갈등은 해소되지 않아 부부는 결국 이혼 자체에는 합의했다. 이어 2심에서는 혼인 파탄의 책임 소재가 쟁점이 됐다. 남편은 아내의 거짓말이 부부간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주장했고, 아내는 남편의 폭언과 강요가 혼인 관계를 파괴했다고 반박했다.

2심 재판부도 아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남편은 아내의 신체적 자기결정권을 무시한 채 장기 이식을 강요했고, 거부했다는 이유로 반복적으로 비난하며 관계를 악화시켰다"며 혼인 파탄의 책임이 남편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을 두고 "감정적 판단과 법적 판단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부부간 부양 의무는 상대에게 생명을 유지할 정도의 생활을 보장하라는 취지이며, 자기 신체 위험을 감수하며 기증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khj8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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