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 멈춘 날, 여긴 청정전력…죽음의 호수 '재생E'로 부활 [르포]

사회

뉴스1,

2025년 11월 30일, 오후 12:00

27일 경기 안산 단원구 대부동동 시화나래조력공원 인근에서 드론으로 바라본 시화호 모습.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인 한국수자원공사 시화호조력발전소와 방파제를 사이에 두고 바다와 해수호가 나뉘어 있다. 2025.11.27/뉴스1 © News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고 바람이 거세던 지난 27일,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모두 전력 생산이 어려운 상태였다. 그 시각 경기 안산 시화호에서는 오전 7시 2분과 오후 6시 37분, 예정대로 두 차례 발전기가 정확히 돌아갔다. 조석(潮汐) 주기에 맞춰 밀물 때 전력을 생산하는 조력발전 덕분이다. 이날 발전량은 990MWh로, 약 1만명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 수준이다.

이동희 한국수자원공사 시화전력관리단 운영부장은 "조석운동은 천체 운동이라 수십 년 뒤까지 예측이 가능하다. 바람이 약해도, 해가 가려져도 발전에 차질이 없는 게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말했다.

시화호는 한때 '죽음의 호수'였다. 방조제 준공 직후인 지난 1990년대 중반, 시화산단 폐수와 생활하수가 갇히면서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17ppm까지 치솟았다. 건설 이전 2~3ppm이던 수질은 생물이 살기 어려운 상태로 악화됐고, 사회적 논란이 커졌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업용수로 쓰려던 시화호의 물을 담수에서 해수로 전환했고, 2011년 조력발전소 준공과 함께 수질을 개선했다. 현재는 생태계가 시화호 건설 전과 비슷해졌다는 게 수공의 설명이다.

조력발전은 시화호 변화를 이끈 핵심이다. 시화조력발전소는 254㎿ 규모로 프랑스 랑스(240㎿)를 앞선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다. 하루 두 번 반복되는 조석 변화에 맞춰 평균 8m 안팎의 낙차를 전력으로 바꾼다. 수자원공사는 75만 건 이상의 해수위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AI) 운영프로그램 'K-TOP 4.0'을 적용해 발전 효율을 높이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시화조력발전 내부 모습. 바다와 호수 중간에 설치돼 있는 만큼 바닥에 '해측'과 '호측'이 크게 작성돼 있다. 이 사이 지하에 터빈 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수공 시화전력관리단은 시화호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꾀하고 있다. 시화호 방조제와 주변부를 수도권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로 확장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조력문화관 외벽에는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을 예술작품처럼 설치했고, 방아머리 해변에는 3㎿ 풍력발전기 2기, 1㎿ 태양광, 2.4MWh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운영 중이다. 해수의 연중 안정적인 온도를 활용하는 해수열 냉난방 시스템도 도입돼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상 풍력과 해상 태양광 확대도 추진 중이다. 시화호 일대는 수도권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해상사용료가 높아 사업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지만, 수자원공사는 제도 개선을 전제로 약 50㎿ 규모 풍력, 30㎿ 수준 태양광 잠재량을 검토하고 있다.

극한 강우 시 배수 능력을 강화하는 목적을 겸한 조력발전기 4기 추가 설치도 장기 계획에 포함돼 있다. 기후변화에 해수면이 상승할 때 시흥과 화성, 안산의 침수를 막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인근 지역에 새로운 수익의 형태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도 따른다. 전남 지역에서 '햇빛연금', '바람연금'으로 불리는 재생에너지 주민 참여형 모델처럼, 시흥·안산·화성 일대에서도 장기적으로는 지역 소득 구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해상사용료, 환경영향평가, 송전 인프라 제약 등이 해결돼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시화호는 이미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산업계 RE100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화호조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은 올해부터 삼성전자와 직접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 수공은 수력과 수상 태양광 전력을 활용해 SK하이닉스와 네이버, 롯데케미칼, 우리은행과도 PPA를 맺고 있다. 국내 RE100 참여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12% 수준에 머물고 있는 만큼, 조력발전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적 공급 능력은 희소한 자원으로 평가된다.

한때 오염의 상징이던 시화호는 수도권에서 기대할 수 있는 청정전력 거점이 됐다. 태양광과 풍력이 멈추는 날에도 정확히 돌아가는 발전기, 복원된 호수 생태계, 조력·태양광·풍력·수열을 아우르는 다층적 에너지 구조는 시화호가 과거의 실패를 넘어서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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