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오만?"…檢개혁 이해 못하는 검사의 한숨[이승환의 로키]

사회

뉴스1,

2025년 11월 30일, 오후 03:33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내란 특검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을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검찰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뒤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25.11.2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사람들은 왜 검찰이 오만하다고 생각할까요? 어떤 면에서 그렇게 느낄까요?"

최근 만난 지방검찰청 부장급 검사는 이렇게 반문했다. 그는 '검찰은 오만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 개혁의 주요 배경이라고 봤다. 기자는 반박하지 못했다. 그는 항변하듯 쏟아냈다.
"주요 사건을 맡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밤새며 일했습니다. 주임 검사만이 아니라 막내 검사도 다 그렇게 일했습니다. 그런데 개혁 대상이라니, 의욕이 모두 꺾였습니다." 검찰로서는 억울할 것이다. 거악 척결을 명분 삼은 수사의 성과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는 권력형 비리 등 우리 사회의 환부를 도려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검찰은 대한민국 최고 수사기관"(장관급 정부 고위 관계자) "수사력만 놓고 보면 검찰은 경찰보다 확고부동한 우위에 있다"(경찰청 소속 A총경)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거악 척결'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운 검찰은 지나치게 거침이 없었다. 요즘 그런 관행이 사라졌다지만 과거 피의자를 공개 소환하는 등 망신 주기를 했다. 검찰에 출석한 고위 관료나 기업 총수의 기를 꺾는다며 조카뻘 막내 검사를 투입해 피의자 신문을 시켰다. 피의자는 고비를 맞았는데, 검찰은 마치 게임하듯 수사했다. 그런 '권한'을 가진 대한민국 정부 기관은 검찰이 사실상 유일하다.

최근 '대장동 사건 1심 항소 포기'에 검사장 18명이 성명서에 이름을 올려 집단 반발했다. 대검찰청 중간 간부(과장)들도 검찰총장 대행을 찾아가 용퇴를 요구했다. "다른 공무원 조직이었으면 상상도 못할 일"(A총경)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의 집단 반발 또는 항명을 의미하는 검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2020년 11월)에도, 한상대 검찰총장 당시(2012년 11월)에도, 김태정 검찰총장 임기(1999년 1월)에도 검란이 휘몰아쳐 사회를 술렁이게 했다.

검찰이 이렇게 사생결단하듯 상부에 들이박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난히 반골 기질이 강한 사람이 검찰에 모여서일까. 자존심과 자부심, 그리고 경제력이 남다른 사람이 검찰에 많기는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검사복을 벗어도 변호사 개업이나 로펌 같은 고소득의 안정적인 일자리가 검사들에게 보장돼 있다. 말 그대로 직장을 때려치워도 '할 것'이 있어 검사들은 세게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변호사 하면 더 벌 수 있다. 그러나 직업정신과 사명감으로 검찰에 남아 있다"고 말하는 검사가 적지 않다. 밥벌이에 치여 순종해야만 하는 소시민의 입장에서는 그런 사명감 있는 검사의 모습 또한 '특권'으로 느껴진다.

외압과 불의에 맞서야 한다면 특권은 물론 집단 항명도 불사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검찰의 항명이 '선택적 항명'처럼 비친다는 점이다.

올해 3월 대검 수뇌부는 법원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도 즉시항고를 포기했다. 일부 검사의 반발은 있었지만 검란으로 번지지 않았다. 법원행정처조차 "검찰이 즉시 항고해 (구속 취소에 대한) 상급심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즉시 항고는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윤 전 대통령 석방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검찰은 의사 결정 과정에 검찰의 이익을 전제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받는다. 즉시항고 포기 때만 해도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이었다. 따라서 후임 대통령 선거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

그 상태에서 윤 전 대통령이 구속 상태로 계속 있는다면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이재명 정부의 출범이 뻔히 예상됐었다. 검찰이 그 반동으로 즉시 항고 포기에 이른 것 아니냐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검찰개혁 이후 검찰은 어떻게 거듭나야 할까. 검사들이 '우리도 변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다시 출발선상에 선다면, 사람들은 국내 최고 수사기관인 검찰을 찾기 시작할 것이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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