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캠 찍힌 전여친과 '은밀한 장면', 2년 뒤 음란사이트에…목소리까지 생생"

사회

뉴스1,

2025년 12월 01일, 오후 04:07


('그것이 알고싶다')

전세계 언어로 서비스되는 국적 불명 음란사이트에 병원 탈의실, 필라테스숍, 심지어 가정집에 설치된 홈캠 등 한국인들 영상이 고스란히 유출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IP캠 유출과 관련한 피해 사건들을 추적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뷰티숍을 운영하는 A 씨는 지난 8월 한 남성으로부터 예약 연락을 받았다. 이 남성은 예약 안내 페이지에 공개하지 않은 A 씨의 개인 메신저로 문의를 해왔고, 먼저 예약금을 걸겠다며 계좌번호를 요구했다.

이후 남성은 돌연 태도를 돌변해 "본인 맞죠?"라며 A 씨의 나체 사진 10장을 보냈다. 사진 속 A 씨의 모습이 찍힌 장소는 2년 전 딱 한 번 방문했던 피부관리실이었다.남성은 A 씨가 수년 전 SNS에 올렸다가 삭제한 사진도 함께 보내면서 협박했고, 곧이어 A 씨의 계좌에 현금을 입금한 뒤 보이스피싱 의심 계좌로 신고해 통장이 묶이게 했다.

A 씨는 해당 피부관리실의 원장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원장은 "올해 초 인테리어 공사하면서 CCTV 제거했고, 우리 고객님 중 당한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이 만난 원장은 "매장에 고가의 제품이 많고 간혹 주취자들이 찾아와 보안경비업체의 상품을 이용 중이다. CCTV 영상은 일정 기간 동안 휴대전화 앱으로 볼 수 있는 IP캠 상품"이라며 "녹화 기능이 있는 줄도 몰랐다. 날짜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되는 줄 알았다"고 억울해했다. 그러면서 보안업체에서 CCTV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정해줬다며 "보안업체가 더 의심된다. 난 고객 영상을 유출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안업체 역시 자신들은 영상에 접근할 권한이 없고 해킹으로 인한 유출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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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캠 영상 유출 피해를 본 C 씨. ('그것이 알고싶다')

A 씨뿐만 아니라 수많은 피해자가 있었다. 모델 일을 하고 있는 B 씨는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던 중 옷 갈아입는 장면이 찍혔고, 이 영상이 음란물 사이트에 유출되는 피해를 입었다.

B 씨의 남자 친구는 "제 친구들이 B 씨가 모델 일 하는 걸 아니까 '네 여자 친구 올라왔더라. 봤냐?'고 하길래 놀라서 사이트를 확인했다"고 떠올렸다. B 씨는 사이트에 이름까지 특정돼 퍼졌다며 "영상이 올라온 지 하루 만에 조회수가 10만회 가까이 나왔다"고 괴로움을 호소했다.

타국에 거주하며 지난달 첫 아이를 품에 안은 제보자 C 씨는 아내의 출산 다음 날 한국에서 연락을 받았다. 그는 "아내가 회복실에서 올라오는 걸 기다리는데 친구가 제 동영상이 있다는 사이트를 알려줬다. 보니까 2023년도에 홈캠에 찍힌 영상이 나왔다"고 토로했다.

C 씨는 경기도 하남시의 자취방에서 5년간 사용했던 홈캠 영상이 유출된 것이었다. 특히 영상에는 2년 전 당시 사귀었던 전 여자 친구와의 은밀한 장면이 담겨있었다. 오디오 기능이 켜져 있어서 목소리까지 생생하게 노출됐다.

C 씨는 "저희 집이니까 제 잘못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전 여자 친구는 여자이다 보니까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일상이 아예 멈춰버릴 것 같다. 그래서 말을 못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어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라 더욱 괴롭다며 "저희 집에 왔던 사람들은 저희 집이라는 걸 다 알 거다. 정신병이 생길 것 같다. 한국에 있었다면 밖에 나갈 수 있을까 싶다. '저 사람 맞는 것 같아' 하는 순간 인생이 무너질 것 같다"고 말했다.

회원가입·로그인 필요 없는 사이트…유출 영상 퍼지는 데 고작 '하루'
C 씨의 영상은 그가 처음 확인한 사이트 외에도 총 5곳으로 빠르게 퍼졌다.

해당 홈캠 업체는 C 씨의 항의에 "우리가 서버 관리를 안 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서버가 없어서 해킹당할 수 없다. 언제, 어디서 유촐됐는지 모르는 거 아니냐? 고객님 휴대전화를 누가 잠깐 가져가서 봤을 수도 있다"며 카메라 문제보다는 사용자 과실 가능성을 주장했다.

C 씨는 "괜찮은 거 쓰려고 국산 브랜드 제품 산 건데"라며 "전 일반인이잖아요. 아는 지식도 없고 어떻게 유출되는지, 해킹되는지 모른다. 제가 업체와 마지막으로 통화했을 때는 관계자가 '어차피 그게 또 쉽게 묻힌다'고 하더라. 법치국가에서 이게 말이 되나 싶다"고 분노했다.

한편 제작진은 취재 중 이들의 영상이 최초 유포된 'CAT'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사이트를 포착했다. 대부분의 영상에 고양이 로고가 모두 박혀 있었던 것.

고양이 사이트에는 CCTV 영상뿐 아니라 IP 캠에 찍힌 사진이나 영상들이 대량 업로드되고 있었다. 13개의 언어로 서비스되는 사이트는 '한국어'로 설정하자 한국에서 유출된 영상이 끝도 없이 올라왔다. 해당 사이트는 회원가입이나 로그인 절차 없이 영상이 재생돼 접근하기 쉬웠다.

'IP카메라'라는 메뉴까지 존재하는 해당 사이트에는 노래방, 병원 탈의실, 필라테스숍, 비디오방, 룸카페, 심지어 가정집에 설치된 홈캠, 펫팸 속 사적인 장면이 대량으로 유출되고 있었다. 아울러 고양이 사이트 영상이 다른 사이트로 퍼지는 것은 불과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

IP캠 판매 업체들을 찾아가 해킹 문제에 대해 묻자, 이들은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며 책임을 미뤘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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