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통일교 현안을 청탁했다는 의혹과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9.22/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통일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돼 구속기소 된 한학자 총재가 첫 공판기일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한 총재는 공소사실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독단으로 이뤄진 행위들이라고 주장했다. 또 고령인 데다 각종 질병으로 몸이 좋지 않다며 보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한 총재 등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윤영호 개인의 정치적 야심에서 비롯된 독단 행위"
한 총재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기재된 구체적인 범죄행위는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정치적 야심에서 비롯된 독단적 행위"라며 "윤 전 본부장의 일방적 진술에 의존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전 본부장은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고 축소하기 위해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 총재 관여를 허위로 진술할 동기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 총재 측 변호인은 "한 종교의 최고 지도자인 한 총재가 사업이나 정치 행위에 관여한다는 것은 믿기 어렵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1억 원을 주라고 교부하는 일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일시적 오락일 뿐, 상습 도박을 하지 않았고 관련 범죄 공소시효도 완성됐다. 피고인이 증거인멸을 했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윤 전 본부장이 횡령 범행 은폐를 위해 독단적으로 컴퓨터를 포맷하고 회계자료를 삭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재의 비서실장을 지낸 정원주 전 천무원 부원장 측도 "공소사실에 대해 알지 못하고 관여한 부분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윤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공소사실 중 일부는 모두 위법수집증거에 기초해 공소가 제기됐다"며 "공소사실은 부인하고, 진술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이 앞서 서울남부지검이 청탁금지법 관련으로 발부받은 영장을 통해 얻은 증거를, 영장 내용과 무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증거로 사용해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본부장의 아내 이 모 씨 측은 "윤 전 본부장에게 목걸이를 전달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최종 전달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공소사실 인부는 미정"이라며 "그 외에 공소사실은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반면 특검팀은 "한 총재는 통일교 절대 권력자로 정점에서 모든 범행을 승인했다"며 "본 사건의 모든 불법 자금 집행은 피고인 한 총재의 승인 없이 움직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전 부원장은 통일교 2인자로서 문고리 권력"이라며 "그는 총재의 의중을 하달하고 비자금을 관리하고 의사결정에 조력한 권력자"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피고인들은 정교 유착을 통해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신도들의 돈을 권력 매수에 활용했다"며 "신도들은 자신의 아들 전세보증금을 빼서 헌금하거나 어려운 형편에 대출받아서 통일교에 헌금했는데, 피고인들은 이러한 자금을 자신의 보석 대금이나 유착관계에 불법적으로 사용한 점을 고려하면 죄질이 불량하다"고 강조했다.
한학자 "나는 특검이 말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오후에 이어진 보석 심문에서 한 총재 측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한 총재의 건강 상태와 방어권 보장을 감안해 보석 석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총재 측 변호인은 "김건희 특검법에서 신속 재판을 규정하는 것이 보석을 불허하라는 취지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소사실의 대부분은 윤 전 본부장의 행위로 시작해 윤 전 본부장의 행위로 끝난다"며 "행위, 기획, 제안도 윤영호이고, 실행도 윤영호"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전 본부장이 그런 행위를 보고하고 승인받거나 지시받았다는 내용이 피고인 공소사실의 전부"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윤 전 본부장은 사적으로 자금을 횡령하고, 이를 무마하려 허위 진술을 한 것"이라며 "윤 전 본부장이 추진한 사업은 개인적 야심에 따른 것이지 가정연합의 사업이 아니어서 신빙성이 없고, 피고인은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한 총재가 안과 질환으로 법적 실명 상태인 점과 80세 노령인 점 및 부정맥, 갑상선 기능항진증 등 중증질환이 있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한 총재 측 또 횡령 범행의 피해자 단체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효정세계평화재단 등이 처벌을 불원한 점도 강조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부인함에도 가정연합의 최고 영적 지도자로서 안정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금액을 충당했고, 처벌 불원서를 받았다"며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도 없다"며 구속을 유지할 필요성이 없다면서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특검팀은 "피고인이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된 이후 다른 사정 변경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피고인은 모두 윤 전 본부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취지로 말하지만, '참어머니인 한학자 통치 한국을 만들겠다'는 문건은 윤 전 본부장이 물러난 이후 작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피고인이 구치소에 있더라도 충분한 진료 및 치료가 가능하다"며 "피고인의 구속 사유는 충분하고, 자금을 받은 권 의원도 구속된 상태에서 정점인 한 총재의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진다는 건 일반의 관점에서 합치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 총재는 직접 발언 시간에서 "80이 넘도록 창조주 하늘 부모님을 지상에 모시는 꿈을 가지고 일했다"며 "나는 특검에서 말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회가 된다면 가평에 와보십시오. 내가 무엇을 하였는지"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청탁할 목적으로 명품 가방과 목걸이를 전달한 혐의를 받는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윤 씨가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5.7.3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한 총재는 비서실장 정 전 부원장, 윤 전 본부장과 공모해 2022년 1월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 원을 현금으로 건네고, 같은 해 3~4월쯤 통일교 단체 자금 1억4400만 원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한 혐의고 기소됐다.
또 윤 전 본부장과 공모해 2022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김 여사에게 6000만 원대 영국 그라프사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만 원대의 금품을 건넨 혐의도 있다. 불법 정치자금과 고가의 금품 구매를 위해 통일교 자금을 횡령한 혐의도 적용됐다.
한 총재와 정 부원장은 2022년 10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원정도박 관련 수사 정보를 취득한 후 윤 전 본부장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도 있다. 윤 전 본부장은 1차 기소 단계에서 이 사건 관련해 증거인멸 혐의가 적용됐다.
특검팀은 통일교 재정국장으로서 회계를 담당한 윤 전 본부장 아내 이 씨에게는 2022년 7월 윤 전 본부장이 전 씨에게 건넨 6220만 원 상당의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전액 상품권으로 구매하고 내부에는 '선교 물품'으로 보고했다고 보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sh@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