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고독사 절반이 '자살'…청년들은 왜 혼자 버티다 포기하나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2월 02일, 오전 06:22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가족이나 지인과 연락을 끊은 채 홀로 지내다 숨지는 고독사가 증가하는 가운데 2030세대에서는 그 양상이 자살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특히 1인가구 비중이 높고 불안정한 고용과 정서적 부담이 겹쳐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경우 고립 신호가 행정·복지 시스템에서 포착되기 어려운 만큼 조기 발견 및 개입 체계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 이미지(출처=챗GPT)
1일 보건복지부의 ‘2024년도 고독사 발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고독사 사망자 중 자살자(526명)의 비중은 13.4%로 차지해 전년(14.1%)보다 감소했다. 그러나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자살로 인한 고독사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현상은 이어졌다. 특히 20대 이하(57.4%)와 30대(43.3%)만 놓고 보면 고독사한 청년 2명 중 1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청년층의 고독사 위험을 키우는 기반에는 ‘홀로 생존해야 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3년 전체 1인 가구 782만 9000가구 중 29세 이하가 18.6%, 30대가 17.3%로 전체 1인 가구 중 3분의 1이 청년층이다. 하지만 이들의 일자리 상황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지난달까지 18개월 연속 하락했고 ‘쉬었음’ 인구는 33만 400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양상이 성인기 생애주기 과업을 초입부터 좌절시키는 구조적인 문제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사회경제적 기반이 약한 청년 1인 가구에서 취업이 지연되거나 막힐 경우 사회적 경로에서 벗어났다는 감각이 빠르게 강화돼 고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노혜진 강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또래와의 비교가 강한 구조”라며 “청년들이 ‘남들은 다 이행했는데 나만 못했다’고 느끼면 실패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더 숨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확산한 플랫폼 노동은 청년층의 고립을 빠르게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김은하 한국사회보장정보원 고독사예방조사연구센터장은 “고독사 사망자 중 배달 노동이나 온라인 비대면 일자리에서 일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과거보다 뚜렷하게 늘었다”고 진단했다. 단발적 일자리와 비대면 업무가 늘면서 직장이 제공하던 최소한의 안정성과 일상적 접촉이 약해졌고 단기 계약·건당 보수 중심의 구조는 월 소득 예측을 어렵게 만들어 일감이 끊기면 곧바로 생계가 흔들리는 위험에 놓이게 한다는 평가다.

고민에 빠진 청년이 어두운 방에서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는 AI 이미지(사진=챗GPT)
문제는 행정 시스템이 이들의 위기를 포착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노인은 장기요양보험이나 건강보험, 기초연금 등 여러 복지 제도를 거치며 자연스러운 접점이 생기지만, 청년층은 취업 이력이 불안정하거나 플랫폼 노동에 머무는 경우 소득 변동이 행정망에 드러나지 않고 의료 이용도 적어 위기 신호가 감지되기 힘들다. 이 때문에 고립이 장기화될 위험이 큰 상황이다.

정부는 2026년부터 고독사 정책의 범위를 사회적 고립으로 넓히고 위험군을 선제 발굴하기 위한 시스템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청년을 대상으로는 ‘일 경험’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청년층의 고립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역 기반의 조기 발견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행복재단 대표)는 “청년층의 생활에 밀착한 지역에서 관찰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고용센터에 사례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아이돌봄에 치중된 가족센터의 업무를 청년 1인가구 지원으로 확장하는 등 기존 지역 인프라를 활용해 관계망을 이어주는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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