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지난달 29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동시 실시된 '검찰실무1' 기말시험을 이달 중 다시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자, 로스쿨 학생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로스쿨별로 기말 시험 일정이 달라 다른 과목을 함께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돼 부담이 크고, 앞선 시험을 잘 치렀을 경우에도 재시험을 치러야 하는 형평성과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1일) 언론 공지를 통해 "지난달 29일 전국 25개 로스쿨에서 동시 시행된 검찰실무1 기말시험과 관련해 시험일 전 특정 학교에서 교수간 사전 협의된 범위를 벗어나 '공소장 및 불기소장에 기재할 죄명에 관한 예규' 수업이 진행되던 중 음영 등 중요 표시된 죄명이 학생들에게 제시되고, 해당 죄명 중 일부 죄명이 실제 시험에 출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평가의 공정성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봐서 12월 중 기말시험을 재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법무부는 "전국 로스쿨에 출강하는 검사 교수들은 법무연수원 소속으로, 모든 로스쿨에서 균일한 강의를 하기 위해 협의해 강의안을 마련하지만 이번 사안은 협의한 범위를 벗어나 강의가 이뤄졌다"고도 설명했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해당 시험이 치러진 직후 로스쿨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양대와 성균관대에서 출강하는 검사를 통해 문제가 사전 유출됐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학교에서 이 수업을 진행하는 검사 교수의 강의 자료에는 여러 죄명 중 특정 죄명이 강조 표시가 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표준 판례가 1개뿐이거나 거의 없는 분묘발굴 등의 죄명에 강조 표시가 됐고, 이후 치러진 시험에서 강조된 죄명이 적용되는 문제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목의 경우 각 로스쿨에 출강하는 검사 교수들이 시험 문제 출제에 참여한다. 이 때문에 문제 유출 및 공정성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특히 검찰실무1는 검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주로 듣는 과목이다. 이 과목의 성적이 검사 선발 절차 중 하나인 '검찰 심화실무실습'의 대상자를 선발하는 것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소재의 한 로스쿨에 재학 중인 장 모 씨는 "검사를 희망하는 학생들로선 이 과목 성적이 다음 단계인 '심화실무실습' 대상자를 선발하는 것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 검사를 희망하는 학생들만 듣는 과목"이라고 말했다.

해당 과목을 수강하고 있던 로스쿨 학생들은 다른 과목의 기말시험도 대비해야 하는데, 이 과목 시험을 다시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형평성과 공정성에 또 문제가 될 수밖에 없지 않냐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서울의 다른 로스쿨에 재학 중인 김 모 씨는 "다른 과목의 기말시험도 준비해야 하는데, 기간이 겹치게 되거나 근접한 일자에 시험을 치르게 될 경우 다른 과목 준비에도 차질이 생기고 이 과목을 다시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부담"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소재 로스쿨에 재학 중인 한 모 씨도 "법무부에서 직접 검사 교수들이 강의를 나오고, 관리하는 수업이 이렇게 허술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며 "아직 시험 일자가 나오지 않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종강 이후 계획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sh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