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질문을 하나 드려봅니다. ‘당신의 진짜 리더는 누구입니까’
대부분은 자동으로 직속 상사를 떠올립니다. 매일 얼굴을 보고, 보고서를 건네고, 결재를 받고, 평가를 받으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고, 조직의 구조와 권력이 움직이는 방식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이런 생각이 단순한 오해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직속 상사가 곧 진짜 리더라는 공식은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어떤 시기에는 맞고, 어떤 시기에는 완전히 틀리기도 합니다. 당신이 지금 떠올린 그분이 정말 당신의 진짜 리더인지 확인하려면 단 세 가지만 보면 됩니다.
첫째, 나의 성과를 공유하는 사람인가.
둘째, 나를 직·간접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인가.
셋째, 나에게 힘이 되고 나를 실제로 성장시켜주는 사람인가.
사원급일 때는 선택지가 거의 없습니다. 당신의 성과를 공유하고, 평가하고, 하루의 절반을 함께 보내는 리더는 팀장 한 명뿐입니다. 업무 대부분이 팀장 손을 거치고, 팀장의 평가가 그대로 내 성과가 되니 말입니다. 이 단계에서의 리더십 구조는 단순합니다. 팀장이 곧 리더이고, 그 리더가 당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습니다.
하지만 직급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상황이 전혀 다르게 펼쳐집니다. 부팀장이 되면 게임의 규칙이 달라집니다. 당신의 성과를 공유하고 최종 평가에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은 더 이상 팀장이 아니라 팀장에게 보고를 받는 그 윗사람, 즉 실질적 의사결정권자입니다. 차장이 되면 부장이 아니라, 부장의 보고를 받는 이사나 임원이 당신의 성장을 좌우하기 시작합니다. 조직의 힘의 축이 어디에 있는지 보이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임원으로 진입하면 지형은 더 넓어집니다. 가까이는 상무부터, 멀리는 대표나 회장까지 연결됩니다. 대기업이라면 그룹사 임원, 심지어 계열사 리더까지도 영향권에 들어옵니다. 이쯤 되면 진짜 리더를 잘못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실감합니다. 내가 성과를 아무리 내도 그것을 공유해주는 사람이 다르고, 나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는 사람이 다르면 내 성과는 공중에 흩날릴 뿐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스피커 리더’의 존재입니다. 공식적인 이해관계가 거의 없는데도, 나에게 큰 힘을 실어주는 사람이 나타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습니까? 저 역시 그랬습니다. 업무상 마주칠 일이 거의 없는 분이었는데, 어떤 계기로 저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으셨던 모양입니다. 모임이나 행사에서 사람들 앞에서 제 칭찬을 자주 해주셨습니다. 그분의 한마디는 스피커처럼 울려 퍼져 제 평판을 높였고, 덕분에 다른 부서와 협업을 추진할 때 놀랄 만큼 문이 쉽게 열렸습니다. 스피커를 켜고 볼륨을 높이면 멀리까지 음악이 울려 퍼집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조직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나를 칭찬해주는 순간, 그 칭찬은 1대 1 대화가 아니라 1대 N 확성기 효과를 얻게 됩니다. 요즘처럼 직장 생활이 가시밭길 같은 시대에는 이런 스피커 리더 한 명만 있어도 정말 천군만마를 얻은 듯 든든합니다.
그렇다면 스피커 리더보다 더 위에 있는 ‘빅 리더’, 즉 조직의 최상위 의사결정자에게는 어떻게 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을 이해하려면 반대로 생각해보면 됩니다.
당신이 팀장이라고 가정해봅시다. 팀원은 실적으로 평가하겠지만, 옆 부서 팀원은 무엇으로 평가합니까? 실적을 자세히 모르니 자연스럽게 태도, 매너, 협업 자세를 보게 됩니다. 결국 ‘조금 떨어진 관계’에서는 실적보다 ‘태도와 존재감’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빅 리더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의 일일 성과를 세밀하게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대신 예의, 성실함, 애사심, 리더를 대하는 태도를 먼저 봅니다. 그러나 한 가지를 절대 잊으면 안 됩니다.
아무리 빅 리더가 당신을 좋게 봐도, 가까운 리더의 평가가 좋지 않으면 빅 리더는 당신을 공식적으로 칭찬하거나 지지하기 어렵습니다. 가까운 리더가 “그 친구 요즘 성과가 안 좋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그 위의 리더는 입을 닫습니다.
그래서 조직에서 가장 위험한 행동이 하나 있습니다. 눈앞의 진짜 리더를 무시하고, 멀리 있는 빅 리더에게만 직진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실적은 사라지고, 평판은 흔들리고, 성장의 기회는 멀어집니다. 결국 당신이 모셔야 할 진짜 리더는 하나입니다. 내가 잘하면 그 사람이 빛나고, 내가 무너지면 그 사람도 타격을 받는 관계. 나의 성과가 그 사람의 성과와 연결된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 외의 리더는 그저 ‘윗사람’일 뿐입니다. 진짜 리더가 아닙니다.
고성과를 내고 싶다면, 성장을 원하는 리더가 되고 싶다면, 당신의 진짜 리더에게 집중하십시오. 공도동망의 관계를 정확히 이해하는 순간, 당신의 조직 생활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문성후 대표 △경영학박사 △외국변호사(미국 뉴욕주) △연세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