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과 우회전 하던 승용차가 충돌하면서 아이가 차량 앞범퍼 아래 깔린 것이다.
사고차주인 50대 여성은 다급히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기사 조화용(57)씨에게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다. 차를 움직일 경우 자칫 아이가 크게 다칠 수도 있던 상황. 조씨는 차를 들어 올려 아이를 빼내야겠다고 판단했다. 이윽고 조씨도 함께 “도와달라”고 소리쳐 외쳤다.
이들의 목소리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채창주(54)씨, 산책을 하던 윤혜영(48)·여인서(50) 부부가 다급히 달려왔다. 하지만 다섯명으로 차량을 들어올리기에는 역부족. 긴급한 상황 속 이들의 분투를 본 시민들이 하나둘 더 모이기 시작했고 11명이 힘을 모으자 마침내 차가 들렸다.
지난 11월 매탄동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현장에서 아이를 구한 11명의 시민들이 감사패를 들고 이재준 수원특례시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수원시)
곽진성·임세진(매탄고 2학년 5반)군은 자율학습을 마치고 하교하는 길에 “도와 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곧바로 뛰어갔다. 곽진성군은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 다친 아이의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119에 전화해 “의식은 또렷하고, 얼굴에 멍이 들었고, 입술이 약간 찢어졌다”고 정확하게 설명했다.
곽군은 “꿈이 소방관이라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고 했고, 임세진군은 “동생이 사고를 당한 아이와 또래여서 남 일 같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날 함께 차를 들어 올린 시민들은 “충돌할 때 큰 소리가 나서 걱정했는데 아이가 다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원특례시는 어린이를 구조한 선행 시민들에게 ‘모범시민 표창’을 수여하기로 하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시민들을 찾아 나섰다. 경찰에 협조를 요청해 첫 번째로 사고 현장에 달려간 조화용씨를 찾았지만, 함께했던 모든 시민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11월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분초를 다투는 순간에 보여주신 용기와 따뜻함을 함께 기억하겠다”며 “선행시민을 알거나, 구조에 함께하신 분은 새빛민원실 베테랑팀장에게 연락해 달라”는 글을 게시했다. 횡단보도에는 “아이를 구조한 선행시민을 찾는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했다.
당시 함께했던 시민들이 한 명, 한 명 연락을 해왔고, 김경숙 새빛민원실 베테랑팀장이 연락을 한 시민들을 만나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총 11명이었다. 이 시장은 어린이를 구조한 시민들을 12월 1일 집무실로 초대해 감사인사를 하고, ‘모범시민’ 표창을 수여했다.
이재준 시장은 “위험에 빠진 아이를 구하기 위해 힘을 모으며 아름다운 공동체 의식을 보여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125만 수원시민을 대신해 감사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