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30대 운전자 A씨가 60대 대리기사 B씨를 차에 매단 채 약 1.5㎞를 질주해 결국 사망케 했다. (사진=JTBC 캡처)
앞서 JTB ‘사건반장’에서 공개한 도로 CCTV 화면에는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는데, 운전석 밖으로 B씨의 발이 나오더니 B씨의 모자가 도로로 내던져졌다. 이후 또 다른 CCTV가 비춘 방향에서 보니 B씨는 축 늘어진 채 상반신이 차 밖으로 떠밀려 나와 있었다.
그런데 A씨는 B씨가 안젠벨트에 묶여 매달려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차를 운전하기 시작했고 B씨의 몸은 바닥에 끌리다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차들과 부딪혔다. 차는 계속 멈추지 않고 질주했고, 그렇게 B씨를 매단 채 1.5km가량을 달리다 도로 연석을 들이받고서야 멈춰 섰다.
경찰 조사 결과 유성구 문지동에서 회사 동료들과 술자리를 가진 A씨는 대리기사 B씨를 불러 충북 청주로 향했다. 그러다 뒷좌석에 타고 있던 A씨가 차가 과속방지턱을 넘으며 흔들리자 자신을 깨웠다는 이유로 앞좌석으로 넘어와 B씨를 폭행한 뒤 B씨를 밀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MBC가 2일 공개한 해당 차량 블랙박스에는 B씨의 마지막 음성이 담겨 있었다. 당시 대전에서 청주까지 4만 원을 벌기 위해 대리운전에 나서며 “빨리 찾아뵙겠다”던 B씨는 A씨가 폭행을 하며 일방적으로 욕설을 퍼붓는 상황에서도 “잘할게요 잘할게요”라는 말 뿐이었다.
현재 A씨는 살인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운전자 폭행) 등 혐의로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한편 대리운전 기사들은 이번 사건의 이면에 불합리한 제도가 있다고 말한다. 소통이 불가능한 만취 상태의 승객이어도 거부를 하면 업체로부터 최대 12시간까지 배차를 제한당할 수 있고, 승객에게 대리비를 받지 못해도 약 20%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등 각종 불이익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 대리운전노조는 이날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리기사는 매일 밤 고객의 폭언과 폭행, 심하면 살해 위험 속에 일해 왔다”며 “대리기사는 늘 혼자 위험을 감당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작업중지권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왔으나 플랫폼 기업은 어뷰징 우려 등으로 거부하고 고객의 폭언으로 운행을 중지한 대리기사를 보호하기는커녕 배차 제한의 불이익을 주기까지 한다”며 “위험한 작업을 강요하는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고 (대리기사에게도)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법을 차별 없이 적용하고 작업중지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