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법관 임명식 모습.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사법행정 정상화 TF는 2일 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법원행정처 폐지 법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이탄희 전 의원이 대표발의했다가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독립 침해’를 이유로 한 대법원의 반대로 무산됐던 법안을 거의 그대로 갖고 온 것이다. TF는 3일 관련 법안을 발의한 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 연내 입법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은 사법행정 총괄기구인 법원행정처 폐지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를 폐지하는 대신 그 역할은 외부인사가 과반인 사법행정위원회가 대체하도록 했다. 사법행정위원회는 위원장과 상임위원 3인을 포함해 총 13인으로 구성되며 법관은 4인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비법관이나 법원 외부 인사로 채우게 했다.
◇사법행정委, 13인 중 법관은 4인 그쳐…위원장도 외부인사
구체적으로는 △대법원장이 지명한 법관 1인 △전국법원장회의 추천 법관 1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추천하는 법관 2인(여성 1인 이상) 등 총 4인의 법관만 포함된다. 나머지는 모두 비법관으로, 법관 출신의 경우 퇴직 후 5년이 지나야 한다. △헌법재판소장 추천 1인 △법무부장관 추천 1인 △대한변호사협회장 추천 1인 △각 지방변호사회 회장 과반수 추천 2인(여성 1인 이상)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추천 1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추천 1인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추천 1인 △학식과 덕망이 있고 인권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분야에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서 공무원 또는 변호사가 아닌 1인이 비법관 위원이다.
장관급인 위원장은 비법관이 맡도록 했으며,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추천을 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상임위원 3인은 위원장이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임명을 하게 했다. 위원 임기는 3년이고 연임이 가능하지만, 위원장과 공무원인 위원의 경우 연임이 불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 사법행정 정상화 TF가 2일 국회에서 사법행정 개편안 보고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법독립의 핵심인 법관 인사에 대해서도 사법행정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대법원장이 결정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 헌법 제104조제3항은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은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헌법 제104조제3항의 취지를 존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장이 법관인사에 대해 사법행정위원회 의결 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재의결을 할 수 있는 규정을 뒀다. 민주당 측은 “대법원장이 인사권에 대해 비토권을 행사하려면 합당한 이유와 근거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TF단장 전현희 “사법행정, 법관 아닌 일반인들이 더 잘할 수 있다” 주장
사법행정위원회 산하엔 세부 논의를 진행할 분과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했지만, 여기엔 법관과 검사인 위원은 포함될 수 없도록 했다. 사실상 법원 관련된 세부 논의에서 법관 참여를 봉쇄한 것이다. 현재 법원행정처장 등 법원행정처 간부들의 하고 있는 국회 출석도 사법행정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이 대체하도록 했다. 사법행정위원회에서 실무를 담당할 사무처도 신설된다. 사무처장은 법관이 맡을 수 없게 했고, 전직 법관의 경우도 퇴직 5년이 경과한 경우만 가능하도록 했다.
TF단장인 전현희 의원은 개정안에 대해 “대법원장에 집중된 제왕적인 권한을 분산하고 사법행정의 민주적인 절차를 강화하는 것이 개혁안의 핵심”이라며 “재판과 행정을 분리해서 법원 내에 대법원장의 재판에 대한 관여를 차단하고 재판 독립을 보장하는 것이 개혁안의 목표”라고 밝혔다.
여권은 지난 5월 1일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이후 사법부를 향한 총공세를 펴고 있다. 다만 민주당은 사법부를 겨냥한 각종 입법에 대해 “보복 입법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해 국회의장접견실에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악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이 합헌이라는 주장도 폈다. TF 소속 위원인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대법관에 대한 대법원장의 재청권도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견제를 받는다”며 “사법행정위원회의 법관 인사권 개입은 위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대법 “사법행정 핵심은 법관 인사권…삼권분립 정립돼야”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개정안이 사법 독립을 근본부터 위협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26일 법사위에 출석해 “만약에 사법행정권이 통째로 외부 권력기관이 다수 개입하는 형태가 된다면 사법부 독립을 내세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 처장은 “1789년 프랑스 인권선언에서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이 제대로 정립돼야만 헌법을 갖춘 나라라고 선언했다”며 “사법부의 본질이 재판뿐 아니라 인사권을 핵심으로 하는 사법행정에 있어서 사법이 자율성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되도록 한 ‘사법행정위원회’가 법관 인사 평가를 하는 자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천 처장은 “3300명 정도 되는 법관들이 1년에만 하더라도 본안 판결만 80만건이 나오고 결정 등을 합치면 680만 건 정도가 나온다”고 전했다.
◇“與 안대로 하면, 외부인이 법관 인사 모든 권한 보유…재판 영향 시도 가능성”
천 처장은 지난 8월 15일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임명식’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당시 80인의 국민 대표 중 1인이 ‘삼권분립이 존중되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고 대통령께 말씀을 하셨다”며 “오늘 대통령께서도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이 존중돼야 한다고 분명히 말씀하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모든 것이 국민을 위한, 즉 저비용 고효율에 국민 기본권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개혁이 돼야 된다”며 “그런 면에서 저희들도 나름대로 의견을 열심히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TF 공청회에 참석했던 이지영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총괄심의관(고법판사)도 “TF안은 결국 사법행정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넘어 사법행정 자체가 외부인에 의해 결정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특히 법관 인사에 관한 모든 권한을 보유하게 돼, 인사를 통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외부 시도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그는 ‘사법행정을 비법관에게 맡긴다’는 민주당 구상 자체에 대해서도 “재판 시스템 문제점을 적시에 시정하고 선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재판 경험을 총 투입하고 각급 법원 법관과 원만하게 소통해서 제도 개선을 정착시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정말 필수적”이라며 “이런 역할을 외부인인 비법관이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