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영의 메디컬와치]한의사가 주치의…어르신 건강 챙겨드려요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2월 03일, 오전 05:50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시골에 양가 어머님만 계신 A씨는 모친을 모시지 못해 불안감이 크다. 아파서 치료받는 것보다는 아프기 전에 치료를 받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지만 지역사회에는 이러한 제도가 충분치 않다. A씨는 어머니뿐만 아니라 자신 또한 나이 들면 의료진이 찾아와서 치료·관리를 바란다. 특히 약만 주고 끝나는 의사보다는 침도 놔주고 추나 치료도 해주면서 첩약도 지어주는 한의사가 더 적합할 것이란 생각이 앞선다.

약침학회 굿닥터스나눔단은 지난 10월 충북 증평군 도안면 도안초등학교 강당에서 지역주민 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의의료봉사를 진행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사진=대한한의사협회)
◇내년부터 한의주치의 시범사업

정부가 이르면 내년부터 지역 주민의 건강관리를 위해 어르신 한의 주치의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이에 따라 침 시술이나 첩약 등을 활용해 어르신을 돌보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업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포함돼 있던 내용으로 정부는 지난 9월 보건의료분야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인 ‘1차 의료 기반 건강과 돌봄으로 국민 건강 증진’의 세부 방안으로 ‘어르신 한의 주치의 시범사업 신설’을 포함했다. 한의계 강점 질환을 중심으로 어르신 건강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지역에서 한의사를 선호하는 반응도 감지된다. 정부는 내년 3월부터 노쇠하거나 장애가 있어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이 살던 곳에서 의료·돌봄을 통합·연계해 받을 수 있도록 ‘의료·요양 통합 돌봄’을 전면 시행한다. 현재는 지방자치단체별로 시범사업을 진행 중으로 한의사의 방문진료에 대한 환자 호응도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과는 진료과목이 많이 나뉘어 있지만, 한의는 침 시술 등이 가능하다는 게 노인환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의사의 강점은 어르신 건강 관리 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나이들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아플 때 치료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아프지 않게끔 한의사가 방문해 침을 뜨거나 추나 치료를 해주는 형태로 관리하고 있다. 일부 한의사는 첩약을 지어주기도 한다.

정부 관계자는 “한의 분야 강점 중 하나가 노쇠화 관리”라며 “초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의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의 주치의를 통해 노쇠를 막고 신체능력을 보강하는 방향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의 주치의 도입방안은 연구용역이 끝나는 올해 말 혹은 내년 초에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의사가 아닌, 한의사 또한 주치의 도입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과 약 활용이 의과와 다를 뿐 의사의 주치의 제도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다.

◇양·한방 협진 문제 등 과제 남아

다만 몇 가지 검토해야 할 문제가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의사의 방문진료 또는 재택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이 사업과 한의 주치의를 어떻게 조율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또 의사와 한의사의 협진이 가능할지, 가능하다면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도 검토해야 한다.

의사 단체의 반발도 예상된다. 한의사가 어르신 건강관리를 담당하면 자칫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지역 공공의료 현장에 의사 대신 한의사를 대체 투입하는 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다”라며 “새로운 의료사고와 피해를 양산할 뿐 의료 질 저하와 환자 불신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한의 주치의 도입을 시작으로 한의사가 국민 건강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석희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한의사가 전반적인 지역 주민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다”며 “한의사가 가진 역량을 토대로 국민 건강 관리를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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