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 될까 32억 아파트 분양권 팔고, 건물 담보대출 받은 남편

사회

뉴스1,

2025년 12월 03일, 오전 06:00

© News1 DB
"A 씨와 B 씨는 이혼하고 A 씨는 B 씨에게 재산분할로 16억9000만 원을 지급하라."
70대 남성인 A 씨는 1978년 3월 아내 B 씨와 결혼한 뒤 2023년 6월 법원에서 이혼과 재산분할, 위자료 청구 소송이 확정되면서 이혼하게 됐다. 법원은 재산분할로 16억9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그런데 A 씨는 아내가 이혼소송을 제기하기 전인 2021년 7월 부부 공동재산으로 재산분할 대상인 서울 송파구 아파트 분양권을 32억 원에 매도한 뒤 실버타운 입주 대금 명목으로 입금하고, 나머지는 수표로 인출했다.

이후 A 씨는 강원 홍천의 건물에 대해 1억 원의 담보 대출을 받고 9990만 원을 현금으로 인출했다. 또한 자신의 계좌에 있는 예금 6억3500만 원을 현금으로 인출하기도 했다. 해당 건물 역시 부부 공동재산으로 재산분할 대상이었다.

이에 수사기관은 A 씨가 B 씨의 재산분할청구권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며 A 씨를 재판에 넘겼다.

A 씨는 재판에서 B 씨와 이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재산분할에 따른 강제집행을 당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춘천지법 형사1단독 송종환 부장판사는 지난달 24일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A 씨의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송 부장판사는 A 씨와 B 씨가 2021년 6월부터 별거했는데 이때까지 대립과 갈등 관계가 상당한 기간 지속됐다고 봤다.

또한 장남 도박 문제로 인해 다툴 때 A 씨가 장남 태생에 대해 B 씨의 외도로 태어났다고 인식하고 있고, B 씨가 법정에서 "A 씨가 진돗개를 목 졸라 죽이는 모습을 보고 자신에게까지 위해가 미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들었다"고 진술한 점을 들어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송 부장판사는 "A 씨가 B 씨로부터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당할 구체적인 위험을 인식한 상태에서 재산을 은닉하는 강제집행면탈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A 씨가 2021년 10월 새로운 여성을 소개받기까지 한 것으로 볼 때, 이미 그 이전부터 B 씨와 이혼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아울러 송 부장판사는 A 씨의 재산 처분 및 은닉 행위가 매우 신속하고 이례적이라고도 봤다.

송 부장판사는 A 씨가 B 씨와 별거 직후 부부공동재산의 4분의3 이상을 차지하는 서울 송파구 아파트에 대한 분양권을 B 씨와 협의 없이 32억 원에 매도하고 통상적인 잔금 지급 시기보다도 훨씬 이른 시점에 잔금을 모두 받은 점을 지적했다.

또한 잔금을 모두 지급받을 무렵 여러 날에 걸쳐 적게는 몇백만 원부터 많게는 5000만 원씩 여러 계좌로 이체한 다음 20억4650만 원을 1억 원 수표 20장과 4650만 원 수표 1장의 형태로 모두 인출한 점도 이례적이라고 봤다.

송 부장판사는 "은닉한 금액이 총 27억8000여만 원에 이르는 등 액수가 매우 크고, 이혼소송을 통해 확인된 B 씨의 A 씨에 대한 16억9000만 원 채권이 사실상 집행불능에 이르게 되는 등 B 씨에게 심각한 피해가 야기됐다"고 지적했다.

김진미 법무법인 제하 변호사는 "이혼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부간 범죄행위에 대해 과거에는 '집안 내부의 일'로 여겨 벌금이나 집행유예 등으로 경하게 처벌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번 판결은 일반적인 채무면탈을 위한 범죄행위와 유사한 기준을 적용해 실형이 선고된 선례로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sh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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