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
A씨는 미국 비트코인 투자 회사 B사의 대전 지역 투자자 모집책으로 활동하며 2019년 1월 피해자에게 투자를 권유했다. A씨는 직원을 통해 피해자에게 “B사에 코인을 투자하면 10개월 뒤 코인이 오른 가격으로 원금을 정산해주며, 코인 가격이 내려가도 원금은 100% 보장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B사는 아무런 수익 창출 구조 없이 투자금을 일명 ‘돌려막기’하여 수익금을 지급하는 유사수신업체였다. 특히 2018년 12월경 회사 홈페이지가 정지되어 투자금 입금 및 수익금 출금이 중단된 상태였다.
A씨는 이같이 피해자를 기망해 2019년 1월 18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총 4607만원을 송금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상위사업자의 말을 신뢰해 스스로 투자했고, 2019년 2월 이후 비트코인을 인출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은 것으로 봤다.
또한 A씨는 투자 유치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투자 모집책에 불과했고, B사의 운영이나 수익창출 및 수익배분 등에 관여할 지위에 있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018년 12월경까지 1년 넘게 약속한 수익금 및 수당 등이 지연 없이 지급됐고, 투자자 중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를 인출하여 현금화할 수 있었다는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B사가 아무런 실체 없이 돌려막기 식으로 수익금을 지급하는 회사임을 알았다거나, 피해자에게 투자 원금 및 수익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을 알면서도 투자금을 지급받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2심도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B사가 아무런 실체 없이 돌려막기 식으로 수익금을 지급하는 회사라거나 피해자에게 투자원금 및 수익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피해자로부터 투자금을 지급받았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B사의 사업과 관련하여 투자원금의 반환 및 고율의 수익금 지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면서도 피해자를 기망해 투자금을 편취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A씨가 2018년 3월 B사에 투자한 뒤 4월부터 자신이 마련한 대전 서구 소재 사무실에서 투자자를 모집하기 시작해 피해자를 비롯한 50명에 달하는 하위 투자자를 두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 기간 동안 새로이 모집한 하위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기존 상위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거나 투자금을 환급하는 전형적인 ‘돌려막기’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지위와 역할, 투자자 모집 기간, 자금 운용 방식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B사가 아무런 수익 창출 없이 하위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상위 투자자의 투자금에 대한 수익금 등을 지급하는 다단계 피라미드 구조의 유사수신업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법원은 A씨가 단기간에 고율의 투자수익을 지급하면서도 10개월 후 투자원금까지 돌려주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고, B사가 실제로 비트코인 선물 거래 등을 통해 고율의 수익을 얻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B사는 2018년 12월 중순경부터 홈페이지 운영이 중단되어 투자자들에 대한 출금이 정지된 상황이었고, A씨의 지위와 역할 등에 비추어 볼 때 A씨도 이 같은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이 같은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채 여전히 투자원금의 반환 및 고율의 수익금 지급이 가능한 것처럼 말하고 피해자로부터 투자금을 송금받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 편취의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