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낙상 환자 8개월 만에 사망…법원, 병원장에 '벌금형'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2월 03일, 오전 05:59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입원해 있던 환자가 만취 상태로 혼자 움직이다 병원 보호실 벽에 머리를 부딪힌 뒤 8개월 만에 숨진 사고와 관련해, 법원이 환자 낙상 예방 조치를 소홀히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병원장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연합뉴스)
부산지법 형사12단독(지현경 판사)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병원장 A씨(70대)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2023년 9월 6일 오전 5시 53분께 경남 소재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 보호실에서 낙상 위험 환자 B씨(50대)가 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필요한 안전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알코올 의존증을 앓고 있던 B씨는 이를 치료하기 위해 해당 병원 보호실에 입원했다. 만취 상태로 거동이 불안정하고 낙상 위험이 있다는 평가를 받은 상태였다.

사고 당시 B씨는 침대에서 내려오다 중심을 잃고 넘어지며 벽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혔다. 당시 보호실에는 호출 벨이나 충격 흡수용 낙상 방지 시설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으며 벽에 부착된 폼블록도 일부 뜯겨 나가 있어 보호 기능을 하지 못했다.

B씨는 외상성 경막하출혈 진단을 받고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후 요양병원으로 옮겨졌고 이듬해 5월 사망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병원장으로서 간호사들의 행위를 일일이 지도·감독할 의무가 없고 피해자가 스스로 움직이다가 발생한 사고였다”며 과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의 상태와 보호실 환경 등을 종합할 때 A씨의 주장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만취 상태로 스스로 몸을 가누기 어려웠고 낙상 위험이 상당했음에도 보호실 내 안전 조치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았다”며 “폼블록이 훼손된 상태를 방치한 점, 호출벨 설치 등 기본적인 예방 조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주의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 측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 주의의무 위반 정도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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