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폰 주워 지구대 맡겼는데…40일 뒤 '점유이탈물 횡령' 고소당했다

사회

뉴스1,

2025년 12월 03일, 오전 08:29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퇴근길 도로에서 깨진 스마트폰을 주워 지구대에 인계한 남성이 한 달 뒤 되레 '점유이탈물 횡령' 혐의로 고소를 당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휴대전화 소유자의 지나친 대응과, 사실관계가 명확함에도 확인 없이 출석 요구부터 보낸 경찰의 부실한 처리까지 겹치면서 '선을 넘은 신고와 생각 없는 수사'라는 비판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글쓴이 A 씨는 "좋은 일 한번 해보려다 경찰 조사까지 가게 생겼다"고 한 달여 전 자신이 주운 휴대전화로 인해 발생한 어처구니없는 사연에 대해 토로했다.

A 씨 설명에 따르면 그는 퇴근하던 길, 경기도 광주시 회덕동의 한 24시 마트 앞 차도에서 액정이 심하게 파손된 휴대전화 한 대를 발견했다.

행인이 주은 휴대전화를 경찰에 인계한 뒤 오히려 절도범으로 몰리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출처=보배드림

차량에 여러 번 밟힌 듯 훼손이 컸고 안에는 카드와 사진 등이 들어 있었다. 그는 "습득 직후부터 혹시 오해받을까 싶어 바로 핸드폰 상태를 사진으로 남겼다"며 "불법 영득 의사가 없다는 걸 기록으로 남기려고 당근마켓에도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가 당근에 첨부한 사진에는 '분실 핸드폰 주인을 찾고 있습니다. 도로에서 발견된 거라 차에 많이 밟혀 액정 파손 심한 상태고, 내일 퇴근길에 송정파출소로 인계 예정이며 기종은 모릅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 씨는 집과 지구대 사이 거리가 3~4km 정도 돼 당일 바로 이동하지 못했고, 다음날 퇴근길에 인계하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찾아가 보니 해당 지구대는 이틀 전에 다른 곳으로 이전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짜증이 확 났지만 버리기도 찝찝해서, 결국 다음날 또 퇴근길에 들러 억지로 인계했다"고 했다.

그런데 약 40일 뒤, A 씨는 경찰로부터 뜻밖의 당황스러운 연락을 받았다. 광주경찰서 강력4팀 소속 형사로부터 '점유이탈물 횡령 사건 고소가 접수됐다'며 출석을 요구하는 문자였다. 그는 "처음엔 장난 문자인 줄 알았다"며 "설명까지 해가며 좋게 처리해 줬는데, 뒤늦게 나를 고소했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A 씨는 "기록을 다 남겨놔서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본다"며 "상대방 신상도 모르니 방어 차원에서 무고로 맞고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휴대전화가 부서진 걸 빌미로 합의금을 노리는 것 아닌가 싶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A 씨가 경찰로 부터 받은 소환 통보 문자. 경찰의 대처가 아쉽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출처=보배드림

변호사 "반환 의사 증거 정황 명확…경찰 태도 개선돼야"
법조계에서는 A 씨의 행동이 횡령 혐의와 거리가 멀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점유이탈물 횡령이 성립하려면 분실물을 자신의 것으로 취득하려는 명확한 취득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습득 직후 상태 촬영, 주인 찾는 게시글, 인계 일정 표시 등은 되레 반환 의사를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는 정황들이 증거로 남아있다"며 "기록이 명확하다면 혐의가 인정되기 어렵고 오히려 신고자의 악의성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찰 역시 사실관계가 뚜렷한 사안은 기초조사만으로도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며 "고소장이 접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피의자 소환을 먼저 통보하는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A 씨는 경찰과 출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이후 진행 상황을 공유하겠다고 했다.

khj8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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