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가 1년을 맞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이 다시 응원봉과 가지각색 깃발, K-팝으로 가득 찼다. 비상계엄령을 해제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낸 시민들이 지난 겨울을 기억하기 위해 재집결하면서다. 같은 시간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도 집회를 열면서 국회 앞은 혼란한 상황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7시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기록기념위원회(비상행동)’는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앞에서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을 열었다. 진보단체들이 연합한 이 단체는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와 파면 집회를 주도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날 이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집회 시작 3시간 전인 오후 5시쯤 주변은 이미 집회 참가자들로 붐볐다. 1년 전 탄핵 정국을 떠올리게 하는 태극기와 각종 깃발, 응원봉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현장에서 만난 직장인 김지연(25)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던 날에도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김씨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 탄핵 집회에 나왔는데 1년 간 취업도 하고 대통령도 바뀌고 많은 것이 변했다”며 “다시 이 자리에 나오니 기억이 새록새록하다”고 했다.

체감온도 영하 12도를 기록한 한파에도 시민들은 1년 전처럼 귀마개를 끼고 두터운 겉옷과 은박지 등을 두른 채 ‘내란척결’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어묵과 손난로 등을 나눠주는 푸드트럭도 역시 등장했다. ‘대통령 이재명’이 적힌 응원봉을 든 전연자(74)씨는 “추워도 이재명 대통령을 응원하러 나왔다”고 했다.

이들은 계엄 사태가 벌어진 지 1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자와 목도리로 얼굴 전체를 감싸고 ‘전국벌레조아연합’ 깃발을 든 20대 황모·김모씨는 “계엄은 일상이 파탄 났던 때였다”며 “여전히 108명은 국회에 있고 내란세력은 척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주최 측인 비상행동 관계자도 이날 집회에서 “아직 내란은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고, 내란 세력에 대한 심판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으며 사회대개혁은 이제 출발점에 서 있을 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과 500m 떨어진 곳에서는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단체들의 집회도 열렸다. 같은 시각 국회의사당역 3번출구 앞에서 열린 집회에 단상에선 조민준(20)씨는 “우리는 나라가 망국으로 흘러가는 것을 가만 안 두려고 나왔다”며 “그 중 첫 번째가 이재명의 탄핵”이라고 했다. 집회 참석자들 역시 조씨의 구호에 맞춰 “이재명 탄핵” “윤석열 석방” 등을 외쳤다. 이에 앞서 신자유연대 측도 4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여 이 대통령 퇴진과 비상계엄 선포 정당성을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다. 자유대학 측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 25명이 발표한 비상계엄 사과문을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진보단체와 보수단체는 집회를 마치고 대규모 행진을 벌일 계획이다. 경찰은 밤 사이 양 측의 마찰을 막기 위해 여의도 일대에 기동대 83개 부대, 약 5400명을 배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