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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쓰러진 여학생을 도와준 한 시민의 경험담이 공감과 씁쓸함을 동시에 안기고 있다.
2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따르면 사연을 전한 A 씨는 당일 오전 11시40분쯤 지하철 4호선 사당 방향 열차를 타고 약속 장소로 이동하던 중 대공원역 부근에서 한 여학생이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A 씨는 "남학생이었다면 바로 갔겠지만 여학생이라 선뜻 손을 대기 어려워 망설였다"고 설명했다.
최근 여성 의식불명·실신 상황에서 남성 구조자에게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사례가 더러 발생하면서, 자신 또한 불필요한 오해가 신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순간적으로 떠올랐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때 주변 여성 승객 한 분이 쓰러진 여학생에게 다가가 '괜찮으시냐?'고 수차례 의식 상태를 확인했고, 또 다른 시민은 119에 신고해 구조를 요청했다.
A 씨는 "그러면서도 난 섣불리 다가갈 수 없었다"며 "한 30초 정도 상황을 지켜보다가 다가가 눈동자를 보니 정신이 있는 듯하여 말을 걸었고, 가방과 옷을 벗어서 베개로 만들어 머리를 기대게 해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여학생이 반응을 보이는 것을 확인한 A 씨는 역에서 내려 다른 여성분께 벤치로 옮겨 달라고 부탁을 한 뒤 역무원과 119가 올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는 "약속에 15분이나 늦었지만 오늘은 착한 일 하나 했다"면서도 "요즘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저런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대응하지 못하고 망설일 수밖에 없다. 참 여러 가지 생각을 들게 만드는 하루였다"고 전했다.
사연이 전해지면서 온라인상에선 응급 구조 상황에서조차 오해나 법적 분쟁을 다툴 것을 우려해야 하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로 지적됐다.
한 누리꾼은 "사람을 도우려 해도 괜히 의심받을까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 됐다. 예전에 차에서 기절한 와이프를 구해줬더니 남편이 성추행으로 고소했다는 기사가 생각이 난다"며 구조 과정에서 신체 접촉 가능성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내가 만약 저런 상황에 처한다면 솔선수범 하는 게 너무 마땅하고 당연하지만, 사실 아무것도 안 하고 못 본 척하게 될 것 같다"며 "내가 후에 어떠한 일을 감당하게 될지 너무 두렵다"라고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정말 너무 칭찬한다", "여전히 세상은 따뜻하다", "그래도 결국 도와줘서 다행이다"는 반응도 이어졌지만, 역시나 분실물 문제나 보호자·당사자의 오해 발생 가능성을 언급하며 "구조되신 분이 신고 안 하는 거로 마무리될 때까진 안심하지 마세요"라는 씁쓸한 댓글들도 눈에 띄었다.
그 밖에도 "쓰러진 사람의 다리를 갑자기 너무 높게 들어 올리게 될 경우 쇼크를 받을 수도 있다"며 "경련이나 간질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함부로 억지로 잡거나 누르지 말아야 한다"는 응급 대처법에 대한 현실적 조언도 전해졌다.
A 씨는 이후 "119가 부모님과 통화했고 병원으로 이동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문제가 될 일은 없을 것 같아 잊고 지내려 한다"고 글을 맺었다.
khj80@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