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헌법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가장 중대한 헌법과 충돌할 수 있는 내용은 ‘법왜곡죄’ 신설이다. 판사와 검사가 고의로 법리를 왜곡하거나 사실을 조작해 재판·수사에 반영하면 형사처벌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계엄·내란 사건 처리 과정의 책임을 묻고 향후 권력형 사건에서 면책을 위한 법리 왜곡을 막기 위한 장치”라고 주장했다. 사법부가 정치권력에 포섭돼 봐주기 판결을 내리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법관이 어떠한 외부 간섭 없이 오직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만 따라 판단해야 함을 천명한 조항이다. 판결 내용을 근거로 형사처벌이 가능해지면 법관은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소신 있는 판단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헌법 제106조 제1항은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해 법관의 신분을 엄격히 보장한다. 법왜곡죄는 판결 내용을 이유로 법관의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법관의 신분보장 규정을 우회·무력화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고의로 법리를 왜곡했다”는 구성요건 자체가 극도로 불명확하다는 문제도 있다. 법 해석은 본질적으로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어떤 해석이 ‘왜곡’인지 판단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판단이 될 수밖에 없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헌법 제101조 제1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판결에 대한 최종 판단권도 사법부에 있다는 의미다. 입법부나 행정부(검찰)가 판결 내용을 평가하고 처벌하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원 금지 원칙 위배 논란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사건을 처리하기 위한 특별재판부 설치 역시 첨예한 헌법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헌법 제110조 제1항은 ‘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하여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는 역으로 해석하면 군사법원 외 특별법원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법원은 지난 8월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특정 사건을 심판하기 위한 특별재판부 설치는 헌법이 예정하지 않는 위헌적 제도”라고 밝혔다.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이란 사전에 일반적·추상적으로 정해진 법관을 의미한다. 특정 사건·피고인을 겨냥해 사후에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은 이 권리의 본질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더욱이 헌법 제103조가 보장하는 법관의 독립은 재판부 구성과 사건 배당이 사법행정권의 핵심 영역임을 전제한다. 국회가 특정 사건 전담 재판부 설치와 법관 선임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여당 측은 “기존 법원 내 전문재판부로서 행정법원과 같은 성격”이라며 “내란이라는 중대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반박하고 있어 헌법적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6차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여당은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명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여당은 “대법원 사건 지연을 해소하고 재판받을 권리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안이 시행되면 이재명 대통령 임기 중 신규 증원분과 정년·임기만료 인사를 합쳐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다.
우리 헌법은 대법관 임명 절차를 신중하게 설계하고 있다. 제104조는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며, 제105조는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대법원장 제청→ 국회 동의→ 대통령 임명’이라는 3단계 견제장치를 둔 것은 사법부 구성의 신중성을 담보하기 위함인데, 단기간 대량 임명은 이런 헌법 취지를 형해화(형식만 남고 가치나 의미가 없게 된다는 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해 사법권 독립을 천명하고 있다. 특정 정치 세력이 임기 내 대법관 다수를 임명하면, 대법원이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반대 측 핵심 논리다.
◇법원행정처 폐지, 대법원장의 헌법상 지위는?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판사·외부 위원이 참여하는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제왕적 대법원장 권한을 분산하고 사법행정의 민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헌법은 제104조에서 대법원장을 대법관과 별도로 규정하며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한다. 대법관과 달리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제청’ 절차 없이 대통령이 직접 국회 동의를 얻어 임명하도록 한 것은, 헌법이 대법원장을 사법부 수장으로서 독립적 지위를 부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법원장에게서 사법행정권을 전면 박탈하는 것이 헌법상 대법원장의 지위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또한 외부 위원이 참여하는 기구가 판사 인사와 징계에 관여하면, 헌법 제103조의 법관 독립 원칙이 침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헌법 가치 훼손” VS “사법 적폐 청산”
법조계와 법학계에서는 이번 사법개혁안들이 “헌법이 보장한 사법권 독립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법왜곡죄와 특별재판부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여당은 “양승태 사법농단, 윤석열 내란 등 사법부가 정치권력에 포섭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사법개혁 없이는 국민의 사법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12·3 내란 사태와 같은 반헌법적 범죄에 대해 사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여당의 핵심 논리다.
그러나 헌법은 사법권 독립을 여러 조문에 걸쳐 중층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제101조(사법권의 귀속)와 제103조(법관의 독립), 제104조(임명 절차), 제105조(임기 보장), 제106조(신분 보장)는 모두 “법관이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로워야 국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는 헌법정신을 구현한 것이다.
사법개혁이 헌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헌법학의 기본 원칙이다. 연말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이같은 사법개혁안들이 헌법적 검증을 제대로 거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6차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의사진행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