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동덕여대 공학전환 발표회서 "이대·숙대, 여대로서 가치 가졌냐"

사회

뉴스1,

2025년 12월 04일, 오후 06:29

사진은 이날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 공학 전환 반대 관련 래커칠이 남아있는 모습. 2025.12.4/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동덕여자대학교가 남녀공학 전환 타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개최한 연구용역 발표회에서 "이화여대와 숙명여대가 여대로서 차별화된 가치를 가지고 상승했는지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이화여대가 세계 대학 평가에서 세종대보다 낮다'는 등 동덕여대뿐만 아니라 타 여대의 경쟁력이 공학보다 낮다는 취지의 발언이 발표회에서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4일 뉴스1 취재 결과 전날(3일) '동덕여대 발전을 위한 공학 전환 분석 및 의견수렴 연구용역 결과 발표회'에 참석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연구용역을 수행한 한국생산성본부(KPC) 측 발표자가 여대의 경쟁력이 공학보다 낮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전했다.

한국생산성본부는 지난 6월부터 공학전환 타당성을 분석하는 연구용역을 수행해왔다. 동덕여대는 지난 3일 오후 3시 동덕여대 월곡캠퍼스 백주년기념관에서 이 결과를 발표하는 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발표자는 이화여대가 QS세계대학평가 상 11위에서 14위로 하락한 반면, 세종대가 20위에서 11위로 상승하며 순위가 역전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대는 1978년 수도여대에서 공학으로 전환됐다.

발표자는 이 과정에서 "이화여대와 숙명여대가 과연 여대로서 차별화된 가치를 가지고 상승했는가"라며 "그렇게 볼 수 있는 근거를 너무 찾기 어렵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학전환 타당성을 분석하기 위한 자리였음을 고려해도 타 여대를 언급하며 비교하고 경쟁력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한 참석자는 뉴스1에 "다른 여대들을 불필요하게 언급하며 여대 내려치기를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연구용역 자료에는 고등학생·학부모·교사·산업체를 대상으로 지난 10월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가 '미래 방향성'의 근거로 제시됐다. △여대보단 공학을 선호하는 현상 △동덕여대의 가장 큰 장점으론 서울 소재 대학이란 점 △단점으론 긍정적이지 못한 대외 이미지를 뽑음 등이 주 내용으로 담겼다.

4일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서 한 학생이 공학반대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동덕여자대학교와 학생들은 이날 캠퍼스 건물 공학 반대 항의 래커 제거 행사와 공학전환 강행 반대 시위를 각각 계획예정이었으나 동덕여대를 겨냥한 흉기난동 예고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두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2025.12.4/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아울러 발표자는 여대가 정부의 '첨단산업 특성화 대학' 지원 사업에 해당된 사례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어느 정도 여성과 남성의 성향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표자는 "성별에 따른 역량 차이를 말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이란 단서를 붙였지만 대학의 경쟁력을 지적하면서 엉뚱하게도 여성과 남성의 성향을 언급한 점이 자칫 성차별적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학교 측이 공개한 발표 자료 ppt에도 '여성의 강점: 타인의 감정을 읽는 사회적 민감성이 남성보다 유의미하게 높음'이란 문구가 적혀 X(구 트위터) 등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연구용역 발표자는 여성 차별이 아직 사회에 만연하단 구조적 문제보단, 학교의 경쟁력에 초점을 맞춰 공학 전환 타당성 연구용역을 진행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가 "여대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사회에 마녀사냥이나 백래시가 만연하기 때문 아니냐. 이를 고려했냐"고 질문하자, 발표자는 "저희가 여성과 남성 사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그거보단 학교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더 집중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재학생이 "여대를 남녀 공학으로 바꾸는 데 사회구조적 요인은 고려되지 않았단 말씀이냐"고 되묻자, 발표자는 "그런 의도는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한편 이날 발표회에선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이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고 2029년 공학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 등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도 제기됐다.

하지만 발표자 측은 "용역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라며 답변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학생은 뉴스1에 "발표자는 사회 구조적 맥락은 남녀 공학 전환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단 취지로 밝혔다"며 "전체적으로 학생 의견을 수렴했다기보단 이미 방향이 정해진 상태에서 진행된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느낌이 강했다"고 말했다.

동덕여대 중앙운영위원회는 공학전환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에 학교 측에 전달하기 위해 지난 3일부터 학생총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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