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이러한 접근은 인공지능기본법이 규제보다는 진흥 중심의 법임을 보여준다. 기술혁신을 억제하기보다는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 지원, 컴퓨팅 인프라 확충, 인재 양성, 표준화 및 국제협력 등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규제는 최소화하되, 필요한 경우에만 위험관리 조치와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인공지능기본법이 인공지능을 정의하고 범주를 설정한 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인공지능시스템을 “다양한 수준의 자율성과 적응성을 가지고 주어진 목표를 위하여 실제 및 가상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예측, 추천, 결정 등의 결과물을 추론하는 시스템”으로 규정하고, 단순 알고리즘과 구별되는 기술적 특성을 명확히 했다. 개발자·제공자·이용자 등 생태계 주체의 지위와 역할을 구분해 향후 세부기준 마련 시 기초가 될 틀을 정립했다. 인공지능기본법은 규제 강화보다는 개념적 명료성과 분류표준을 세우는 데 더 큰 비중을 둔 기본법이라 할 수 있다.
세 가지 유형에 포함되지 않는 일반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법적 규제가 부과되지 않는다. 정부는 가이드라인, 기술표준, 자율규제 등 비규제적 도구를 중심으로 산업을 지원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산업 경쟁력 확보와 기술 확산을 우선하면서, 사회적 파급력이 큰 영역에만 최소 기준을 적용하는 선별적·위험 기반 규율이라는 점에서 한국형 접근법으로 평가된다.
한편, 정부는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과태료 등 제재를 일정 기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두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계도기간은 어디까지나 행정적 조치일 뿐, 법의 효력 자체가 늦춰지는 것은 아니다. 법은 예정된 날짜에 시행되며, 그 순간부터 기업이 준수해야 할 기준선은 이미 작동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도입·개발·운영하려는 기업은 인공지능기본법이 요구하는 투명성, 안전성, 신뢰성 등의 기본 의무를 충족할 수 있는 내부 체계를 조속히 갖춰야 한다. 자신이 운영하는 인공지능이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 그에 따라 어떤 요건이 적용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용자 역시 이번 법을 통해 처음으로 명문화되는 자신의 권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법에서 어떤 권리를 보장하고 어떤 방식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지 알아야 안전한 AI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인공지능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모두 이 법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인공지능기본법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 본격화될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번 시리즈 칼럼이 그러한 이해의 첫 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세진 변호사 △고려대학교 전기전자전파공학 졸업(수석)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 석사 졸업(수석)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사 졸업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박사과정 수료△前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現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사단법인 벤쳐기업협회 자문위원 △한국핀테크지원센터 혁신금융 전문위원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문변호사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자문위원(디지털/IT분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고문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