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
창원 C지역주택조합은 2015년 6월 A·B씨와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면서 “2015년 12월까지 사업승인 신청 접수를 하지 못할 경우 계약금 일체를 환불한다”는 확약서를 줬다. 하지만 조합은 약속한 기한을 지키지 못하고 2016년 5월 24일에야 신청을 접수해 같은 해 7월 12일 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
A씨와 B씨는 2016년 이후에도 추가 분담금을 여러 차례 납부했다. A씨는 약 2700만원을, B씨는 약 3977만원을 추가로 냈다. 이들은 경남은행에서 중도금 대출도 받았다. 조합은 대출금 채무를 연대보증했고, A씨는 4220만원을, B씨는 4260만원을 각각 대출받아 조합에 납부했다.
하지만 이들은 대출 만기일인 2020년 9월 30일까지 대출금을 갚지 않았다. 조합이 2020년 12월 은행에 대출원리금을 대신 갚았다. 이후에도 A씨와 B씨가 대위변제금을 갚지 않고 분담금도 납부하지 않자, 조합은 2021년 9월 이들을 제명했다.
A씨와 B씨는 “환불보장약정이 무효이므로 조합가입계약도 무효이거나 취소돼야 한다”며 분담금 반환을 청구했다. 이에 C조합은 반소를 제기했다.
1심은 환불보장약정과 조합가입계약의 효력을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본소 청구(조합의 대위변제금 청구)만 일부 인용했다.
2심은 A씨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환불보장약정은 총회 결의 없이 이뤄져 무효”라며 “조합은 부당이득으로 분담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과는 정반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A씨와 B씨가 환불보장약정 무효를 주장하며 분담금 반환을 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어긋나 허용될 수 없다”고 봤다.
먼저, 계약 목적을 구분했다. 대법원은 “조합원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는 궁극적 목적은 신축 아파트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라며 “환불보장약정의 주된 목적은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이지 분담금 반환을 절대적으로 보장받으려는 데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환불보장약정의 목적이 달성됐다고 봤다. 대법원은 “조합이 기한을 지키지는 못했으나 결국 2016년 7월 승인을 받아 환불보장약정에서 정한 절차가 이행됐다”며 “이후 주택건설사업이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어 사업 불발 위험은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A씨와 B씨가 환불을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추가 분담금을 납부한 점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해당 시기에 상당한 액수의 분담금을 추가로 납부했으므로 당초의 의사를 묵시적으로 철회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다른 조합원들의 피해 가능성도 고려했다.
대법원은 “조합원 의무를 해태한 이들은 사실상 아무런 손해를 입지 않는 반면 조합과 나머지 조합원들이 손해를 전적으로 부담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지역주택조합의 환불보장약정이 무효라 하더라도, 조합원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제명된 뒤 뒤늦게 무효를 주장하며 분담금 반환을 요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는 법리를 명확히 했다. 환불약정의 목적이 달성되고 사업이 정상 진행되는 상황에서 추가 분담금을 납부하고 대출까지 받은 조합원이 나중에 의무 불이행으로 제명된 후 환불약정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