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소방연구원과 서울교통공사가 합동으로 10월 승강장 내 배터리 화재 재현시험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서울교통공사)
7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최근 여객운송약관 개정에 착수했다. 이번 약관 개정은 제34조(휴대금지품)에 리튬배터리로 구동하는 일체의 이동수단과 160Wh를 초과하는 대용량 리튬배터리를 추가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휴대전화 보조배터리와 같은 중소형 리튬배터리의 반입규정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항공기의 휴대전화 보조배터리 반입기준을 지하철에도 적용하는 방향으로 약관 개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수단은 금지대상에서 제외한다.
이 같은 강력 규제는 올해 반복된 열차 안팎의 화재에서 비롯됐다. 지난 9월 서울 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서 승객이 소지하고 있던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에서 불이 나 시민 100여 명이 대피했다. 이에 앞선 3월과 8월에도 각각 보조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해 승객들이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8월엔 부산에서 승객이 들고 탄 전동휠에서 연기가 나며 소동이 벌어졌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지하철 역사 내 배터리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지난 9월 철도운영사에 철도 내 화재에 대비해 개인형 이동장치(PM)를 포함한 보조배터리의 반입을 최소화하도록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국토부는 관련 공문에서 “철도 내에서 배터리 화재 발생 시 소화기 등으로 초기 진화가 곤란해 인명·재산상 큰 피해가 우려된다”며 “철도 운영사별 여건과 터널 유무, 시설의 대심도 수준 등에 기반해 위험도를 분석하고 여객운송약관 개정과 철도 이용객 안내 등을 통해 PM 또는 보조배터리의 반입을 최소화하도록 조치를 바란다”고 했다. 이후 공사는 여객운송약관의 위해물품 범위에 배터리가 포함되는지를 국토부에 의뢰했고 국토부는 “리튬 배터리를 위해물품으로서 열차 내 휴대 또는 적재할 수 없는 물품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점검 방식과 책임소재는 아직 불투명…“승객 참여 이끌 교육 필요”
화재피해 예방이라는 정책 목적은 분명하지만 약관 개정을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는 많은 상황이다. 접이식 전동킥보드나 휴대용 대용량 리튬배터리는 육안식별이 어려울 뿐 아니라 현재 276개(1~8호선) 역사에서 하루 평균 660만명이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의 특성을 감안하면 공항처럼 대규모의 수화물 검사시스템 도입에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중소형 배터리의 반입기준을 항공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적용하는 데에도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국토부는 지난 3월 리튬이온 보조배터리의 항공기 내 관리절차를 강화하기 위해 비닐봉투나 파우치에 보관한 160Wh 이하 중소형 보조배터리만 승객이 직접 몸에 지니거나 좌석 앞주머니에 둘 수 있도록 제한 허용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발표 후 환경오염뿐 아니라 실효성 논란이 이어졌다.
지난 4월 박상우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에서 “실효성 여부에 관한 것부터 광범위하게 전문가와 일반 항공업계 종사자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며 관련 규정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도 “(대용량 리튬배터리를) 가방 등에 넣어서 소지하면 반입제재가 사실상 어렵다”며 “지하철 이용시민을 대상으로 한 배터리 위험성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 시민들의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홍보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화재 발생 시 책임소재에 관해서도 “약관 개정 때 책임소재 항목을 추가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새 정책이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시민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함승희 서울시립대 방재공학과 교수는 “160Wh는 일반 보조배터리보다 훨씬 큰 용량이지만 노트북이나 배터리를 여러 대씩 가지고 다닐 때 그 용량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며 “열차에서 불이 나면 다중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이런 조치는 안전을 지키기 위한 첫 단추라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무엇보다 시민이 지침을 잘 따르도록 교육과 캠페인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수영 국립소방연구원 화재분석팀장도 “(배터리를) 일일이 점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니 불이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시민과 직원 교육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