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노동-동일임금'으로 차별 금지? 노사 "근본 문제 아냐"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2월 08일, 오후 07:03

[이데일리 서대웅 조민정 기자] 이재명 정부 노동분야 국정과제인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법제화를 해도 원·하청 간 차별 완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노사가 공통으로 지적했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통일로 KG하모니홀에서 열린 ‘제3회 좋은 일자리 포럼’에서 (왼쪽부터)김대환 일자리연대 명예대표(전 노동부 장관이자 전 노사정위원장)와 정진호 전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정책연구실장, 윤동열 건국대 교수,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 황용연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이 토론하고 있다. 이날 포럼은 ‘이재명 정부 고용노동정책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열렸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8일 서울 중구 서소문 KG타워 하모니홀에서 열린 ‘2025 제3회 좋은일자리포럼’에서 유정엽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정책1본부장은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을 어떤 식으로 법제화해도 사업 또는 사업장 내에서 적용하는 규율이라 원·하청 등 초기업 단위에서 적용하진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이를 법제화한다고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해결되지 않는다. 임금공시제 등 초기업 직무평가 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은 이재명 정부의 노동분야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차별과 배제 없는 일터’ 과제에 포함됐다. 동일한 노동을 하면 같은 임금을 지급하도록 해 공정한 임금 체계를 확립한다는 취지다. 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법제화할 가능성이 높은데, 근로기준법은 5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을 규율하는 법이라 원청과 하청 간엔 적용할 수 없다는 게 유 본부장 지적이다. 노동시장 격차 본질인 원·하청 간 문제엔 정작 이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노동정책본부장 역시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은 하나의 사업장 내 정규직과 기간제, 파견 등 개별 사업장 내부에 국한되고, 원·하청 등 서로 다른 사업장 간엔 적용되지 않는다”며 “사업장 간 존재하는 구조적 임금 격차를 사업장 내부를 규율하는 근로기준법을 통해 일률적으로 해소하는 시도는 제도 설계 자체와 맞지 않다”고 했다.

황 본부장은 이어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을 법제화하기 전 연공급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격차의 근본 원인인 근속연수에 따른 연공급 형태의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먼저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동일가치노동에 대해 동일임금을 지급하기 위해선 객관적 직무분석을 통해 모든 구성원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 직무가치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며 “직무 가치에 따라 보상하는 ‘직무중심 임금체계’로 합리적 개편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토론에선 연공급 형태의 임금 및 인사체계를 일부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직무급으로의 전환이 해결책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했다. 오랜 기간 쌓인 연공서열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직무급을 만병통치약처럼 말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며 “직무급 임금체계를 도입한 공공기관을 보면 직무 난이도 등을 고려해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실제론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기업에서도 완전한 직무급 도입은 쉽지 않다고 본다. 직무급보다 직능급을 통해 한국형 임금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노동시간 단축에 대해선 노사 모두 필요성을 공감한다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소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에 집중하고, 노동시간 양극화 문제 해결을 우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시간 일해도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소득보전 문제를 함께 다뤄야 한다”고 했다. 반면 황 본부장은 “실근로시간 단축의 전제 조건은 노동 생산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AI) 도입, 빅데이터 활용, 공정 자동화, 일하는 방식의 근본 혁신 등을 통해 생산성이 오르면 노동시간은 자연스럽게 단축될 것이라고 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정책연구실장 역시 “중소기업의 근로시간 단축은 생산성 향상과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그는 주 4.5일제 지원사업 활성화, 4.5일제 도입 기업에 대체인력 채용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중소기업의 AI 전환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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