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엽 법원행정처장(앞줄 오른쪽)을 비롯한 내빈들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과제 공청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정지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변호사)은 “특정 정치적 사건 처리를 위해 특정 성향 판사들로 재판부를 구성한다면 국민이 공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전례가 생기면 사법부는 정치권 요구에 따라 재판부를 꾸리는 정치적 하청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법관 증원안에 대해서도 강한 반대 의견이 나왔다. 정 변호사는 “재판 지연의 병목은 대법원이 아니라 1·2심 사실심에서 발생한다”며 “대법관을 늘리면 이미 취약한 하급심에서 인력이 빠져나가 인력 공동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1심 재판부는 경력 짧은 판사로 채워져 재판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며 “이에 따른 불복률 증가는 상고심 폭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법개혁의 최우선 과제는 사실심 법관 증원과 재판 지원 인력 확충”이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심각해진 재판 지연 문제도 집중 논의됐다.
기우종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2010년 후반부터 사실심 재판 속도가 더뎌지더니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격한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심 민사합의 평균 처리 기간은 2017년 293.3일에서 2024년 437.3일로 49% 증가했고, 지방법원 민사항소 사건도 같은 기간 48% 증가했다. 기 판사는 복잡사건이 늘고 공판중심주의 정착에 따른 업무량 증가한 데 더해 2018년 이후 법관 증원 중단, 법조일원화 도입에 따른 신규 임용 법관 연령 상승 등을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국민의 삶과 직결된 대부분의 사건은 사실심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재판 지연 해소는 사법 신뢰 회복의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공두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재판 지연의 핵심 배경은 신규 임용 법관의 지속적 부족”이라며 “재판 지연을 해결할 현실적 해법은 지속적인 법관 증원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신규 임용을 위한 후보군 양성과 임용 절차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법부의 소통 부재도 지적됐다.
김승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판사는 판사답게 말하지만 국민은 그 말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기성 언론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사법부의 메시지가 더욱 전달되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 생중계 등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사법부 메시지는 쉽게 오해될 수밖에 없다”며 “사법부가 입법부에 의견을 낼 때 국민들에게도 정보를 제공하는 식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개회사에서 “많은 국민들이 사법부에 대한 높은 불신을 보여주고 있다”며 “사법부에 대한 높은 불신을 깊이 자성하며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