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도수치료 가격을 현재의 시장가격보다 낮게 설정할 계획이다. 의료기관에서 수익성이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자연스럽게 없어지게끔 하겠단 계획으로 풀이된다.
현재 비급여인 도수치료의 평균 가격은 10만원이다. 복지부는 이를 건강보험 급여의 일종인 ‘관리급여’에 포함해 가격을 정할 수 있게 했다. 관리급여는 건강보험이 가격의 5%, 환자가 95%를 부담한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관리급여가 된 도수치료는 적합성평가위원회 및 전문평가위원회의 평가 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급여기준 및 가격을 결정한다. 해당 위원회에는 의료계 전문가가 다수 포함돼 있는데, 복지부는 이 과정에서 의료계와 도수치료 가격을 조율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현재 가격이 아닌 3만 5000원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보험에 포함한 도수치료 가격이 3만 5000원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도수치료는 의사 외에도 물리치료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정 가격 이하로 낮추면 수익성이 매우 줄어든다. 의료기관은 박리다매 형식으로 영업할 수밖에 없다.
의료기관 입장에선 자동차사고 환자에게 도수치료를 권하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다른 치료법을 제시한다. 이로 말미암아 연간 보장액이 2조원이 넘는 자동차보험에서 도수치료 지급액은 연간 12억원에 불과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의료계와 잘 협의하고 근거를 마련해 적정 가격을 산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실손보험 분쟁조정 기준 제정
정부는 이와 함께 이달 중 실손보험 분쟁조정 기준을 개정해 도수치료를 포함한 주요 비급여 항목의 권장 보장 횟수를 정할 방침이다. 365일 도수치료를 받는 환자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도수치료 등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는 주요 의료행위에 대해 보장 횟수를 사실상 제한하는 실손보험 분쟁조정 기준을 만들 예정이다.
비급여와 관리급여에서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대부분 실손보험이 보장한다. 사실상 환자 부담이 없는데 실손보험은 여기에 횟수 제한을 걸어 횟수 초과 시 도수치료 환자 본인부담금을 보장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안이다. 대상은 1~4세대 실손보험이며 앞으로 나올 예정인 5세대 실손보험은 도수치료 등 과잉 우려가 있는 주요 항목에 대해서는 비급여 보장이 없도록 설계할 예정이다.
분쟁조정 기준은 법적 강제성이 없지만 일차적으로 재판상 화해 효력을 발생시키기 위해 실손보험사와 소비자를 연결해 조정하는 기능을 맡고 있다.
분쟁조정위원들이 도수치료 등의 의료행위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치료 횟수가 의학적 필요가 있는지를 검토하고 적정 횟수를 제안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수치료 적정 횟수가 나오면 실손보험사들은 이 기준에 따라 횟수를 넘는 도수치료에 대한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명분이 생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강제성은 없으나 기준을 마련하면 보험사가 그 기준을 따를 가능성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의사와 물리치료사 등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120조원이 넘는 국내 의료비(급여+비급여) 규모에서 도수치료가 빠지게 되면 1조원 이상의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실제 도수치료를 진행하는 물리치료사들은 일자리를 대거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협 관계자는 “의사들의 수입 감소도 문제지만 물리치료사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면서 “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하면 도수치료가 의료기관에서 사라질 수 있다. 환자 선택권도 줄어들고 물리치료사의 대량 실직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