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칼럼]'김 부장 이야기'가 던진 숙제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2월 12일, 오전 05:00

[이데일리 김영수 총괄에디터] “고생했다. 김 부장!”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이하 김 부장 이야기)에서 나온 이 대사는 시청자들의 눈물을 훔친 명장면으로 꼽힌다.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집에 돌아온 김 부장을 부인이 “어이 김 백수”라고 말하며 두 팔로 활짝 안아주며 토닥여주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 김 부장 이야기가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은 치열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또 다른 김 부장과 그 가족들한텐 바로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공감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2차 베이비부머 막내 ‘70년대생’ 본격 퇴직 앞둬

그렇다면 현실의 김 부장 이야기는 어떨까. 아쉽지만 현실은 드라마와 완전히 다를 정도로 냉혹하다. 드라마 속 김 부장은 52세(1972년생)로 현재 대기업 임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세대다. 부모와 자식을 동시에 부양하고 있지만 자식으로부터 부양받지 못하는 2차 베이비부머 막내 세대(1970년~1974년생)인 597세대(50대 나이, 90년대 학번, 70년대생)는 ‘낀세대’로 불린다. 당장 회사를 그만두면 퇴직금과 집 한 채밖에 없는 게 김 부장들의 현실이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월급의 대부분을 썼기 때문에 노후자금은 꿈도 꾸지 못한 채 퇴직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서울 자가가 있었지만 퇴직후 부동산 사기에 휘말려 퇴직금을 날린 김 부장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한 부인이 살림에 보탬을 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결국 상가 임대 투자에 따른 원리금 상환을 감당하지 못해 서울 집을 팔고 경기도 월세 빌라로 이사하게 됐지만 국민연금 수급(1969년생 이후부터는 65세) 전에 둘 다 마땅한 밥벌이가 없다면 엄청난 생활고에 처할게 자명하다.

준비되지 않은 은퇴, 결국 빈곤 몰려

김 부장이 부인과 상의없이 무턱대고 사직서를 낸 것에 후회하는 모습 역시 안타까움을 더했다. 준비없는 퇴직은 ‘불행 열차’에 올라타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최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주들은 평균 68.6세까지는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실제 은퇴연령은 62.7세로 집계됐다. 소득 공백기가 6년이 발생하는 셈이다. ‘노후 준비가 잘돼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9.6%인 반면 ‘잘돼 있지 않다’는 응답은 51.9%로 절반을 넘을 정도로 무방비 상태였다. 미뤄 짐작한다면 이르면 앞으로 5년 내 퇴직하는 597세대 중 상당수는 재취업을 해야만 생활이 가능할 것이다. 은퇴한 가구들 중 55.6%가 생활비 부족을 호소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범정부 차원 초고령사회 꼼꼼히 대비해야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1051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했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황에서 단일 세대 중 규모가 가장 큰 2차 베이비부머 막내 세대인 김 부장들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올 경우 노인 인구는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실제 2050년에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40%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1인 가구 월 최저생계비인 134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2024년 기준, 66만원)만으로는 여유로운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모수개혁에 그친 국민연금의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할 뿐 아니라 국민연금과 연관된 법정 정년 연장 논의도 속도를 올려야 하는 것도 이런 재앙을 막기 위해서다. 논의가 늦어질수록 사회적 갈등만 더 커질 뿐이다. 가족을 위해 헌신한 수많은 김 부장이 은퇴후에도 안정적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의료, 요양, 돌봄, 주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통합지원법의 전국 시행(2026.3.27)에 따른 인프라도 이른 시일 내 구축해야 한다. 모든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범정부 차원에서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장기적 플랜을 세우고 그에 따른 시행 가능한 제도적 체계를 꼼꼼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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